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영화제
부산에서 만끽하는 단편영화의 묘미,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정재혁 2008-05-21

2008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5월21일부터 25일까지 CGV대연, 동명대학교, 경성대학교 등에서 열려

단편은 더 단편답게! 5월21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2008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CGV대연, 동명대학교, 경성대학교 콘서트홀 외 2개관에서 상영)가 예년보다 한결 더 가벼워진 몸으로 찾아온다. 2008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는 경쟁부문인 Views of Asia 섹션의 상영작을 모두 20분 이내의 작품으로 제한했다. 2007년까지 40분이던 상영시간 기준을 절반으로 줄여 단편영화의 본질을 추구하겠다는 의도다. 그렇게 선정된 경쟁부문 작품은 모두 80편. 극영화,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포진해 있다. 눈에 띄는 작품은 일본 간치쿠 유리 감독의 <하얀 모래 정원>, 김진열 감독의 <진옥언니, 학교가다>, 임미랑 감독의 <여자, 다리를 벌리다> 등. <하얀 모래 정원>은 부모 곁을 떠나 해변 마을에서 혼자 살게 된 남자가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차분하게 인물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연출을 맡은 간치쿠 유리 감독은 이와이 순지 감독 아래서 수업을 받은 일본대학 예술학부 출신으로 이와이 순지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무지개 여신> 프로모션 비디오 제작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미 국내의 다른 영화제에서 소개돼 좋은 평을 받았던 김진열 감독의 <진옥언니, 학교가다>는 뇌병변 장애를 가진 진옥 언니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김진열 감독은 남편과 다투고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하며 자식 교육에 애쓰는 평범한 여자 진옥씨의 모습을 통해 조용하지만 강력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장애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이 작품은 김진열 감독이 1999년에 만든 <여성장애인 김진옥씨의 결혼이야기>의 후일담이기도 하다. <여자, 다리를 벌리다>는 소재가 먼저 눈길을 끄는 영화다. 임미랑 감독이 다큐멘터리로 완성한 이 영화는 산부인과에 간 미혼여성의 예를 들며 산부인과의 진료 환경이 얼마나 폭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 임미랑 감독은 음란한 영상 속의 여자, 여자가 다리를 벌린다는 것의 의미 등을 물으며 한국사회에 잠재된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성을 질타한다. 이 밖에도 경쟁부문에는 <빼꼼> 시리즈로 유명한 임아론 감독의 <엘리뇨>, 상상마당 단편영화 우수작으로 선정된 김규현 감독의 <개조심>, 장 가브리엘 페리엇 감독의 <200000 Phantoms> 등이 있다. <엘리뇨>는 고기 맛을 알게 된 양 돌리가 무인도에서 오리공룡을 만나며 벌어지는 모험담. 섬세하게 손질된 듯한 캐릭터는 인상적이지만 이야기는 별다른 감흥없이 끝나고 만다. <개조심>도 현란한 시각효과가 허하게 느껴져 아쉬운 작품이다. 신문 배달을 하는 남자는 집을 지키는 개와 대결하며 무사히 신문 넣기에 도전하지만 남자가 왜 신문 넣기에 그리 매달리는지에 영화는 별 관심이 없다. <200000 Phantoms>는 원폭 투하 이전과 이후의 히로시마 사진을 콜라주하며 장소가 가진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이다. 음악과 내레이션이 겹쳐 일견 뮤직비디오처럼 완성됐다.

단편의 묘미를 강조한 건 경쟁부문 상영시간의 기준 축소뿐만이 아니다. 올해 처음으로 만든 Extreme Short 부문은 60초 이내의 작품을 모은 섹션. 모래에 파묻힌 남자의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Shiver in the evening ocean air>, 88만원 세대의 지긋지긋한 일상에 깜짝선물을 던지는 <폴라 베어>, 커피와 멜로를 단순하지만 재치있게 연결한 <아이 러브 커피> 등 7편이 상영된다. 해외초청작으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돼 국내에서도 익숙한 싱가포르 감독 로이스톤 탄 특별전, 아시아 이외 지역의 작품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미주 초청작, 클레르몽 페랑 국제단편영화제의 상영작을 모은 클레르몽 페랑 특별전이 있으며, 부산·경상 지역의 영화제작을 지원한다는 의도로 부산·경상 지역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모은 부산·경상 특별 섹션도 마련했다. 개막작은 로이스톤 탄 감독의 톡톡 튀는 멜로 <잘못된 속삭임>, 톰 하프 감독의 깜찍 발랄한 로맨스 <행운 헌터>, 매튜 워커 감독의 앙증맞은 펭귄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John and Karen> 등 3편이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영화제 홈페이지(http://www.basff.org)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