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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 인생 실감나지? 내가 그렇게 살았어”
2001-11-09

<라이방> 배우, <파아란> 시나리오 작가 김해곤의 픽션 같은 인생, 논픽션 같은 영화이야기

김해곤. 이 남자를 알고 계신지. 올해로 충무로 경력 12년째를 맞는 어엿한 ‘중견 영화인’ 김해곤의 얼굴과 이름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듯 아닌 듯 가물가물하다. 그렇다면 잠깐, 이건 어떤가. “야이 시발년아! 네가 정신이 머리에 박힌 년이냐, 젖통에 박힌 년이냐?”, “아 시발, 안 그래도 대가리 쥐나는데 어떤 년은 말이야, 내내 숨어있다가 송장으로 나타나서 나를 또 박터지게 해요”. 올해 초 개봉한 <파이란>에 수시로 등장하는 이들 ‘상스런’ 대사는 대부분 그의 작품이다. 최근 개봉한 <라이방>에서도 그의 흔적은 수시로 살펴볼 수 있다. 극중에서도 해곤 역을 맡은 그가 송옥숙과 함께 닭백숙을 뜯어먹으며 나눴던 살색 짙은 농지거리나, 동료 학락과 준형을 살살 ‘골지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 그의 ‘출신성분’을 의심케 된다. 퉁퉁한 얼굴윤곽에 반듯함과는 별 관계없는 듯한 인상, 볼록한 배를 정점으로 한 넉넉한 살집 등을 갖췄고, 세상에 큰 원수를 진 것이라도 있는 듯 험하게 입을 놀려대는 그와 대면하면 그 의심은 더욱 커진다. 혹시 이런 종류의 연기와 대사를 채우기 위해 충무로에서 스카우트한 ‘어둠의 자식’이 아닐까 하는.

제작자들이 앞다퉈 작품을 맡기려 하는 일급 시나리오 작가이자, 뛰어난 조연급 연기자이기도 한 김해곤을 보고 있자면 사실 황당함이 앞선다. 그 황당함은 우선 그가 충무로에선 전례가 없는 배우 출신 시나리오 작가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한국영화계 풍토에서 배우가 무언가 지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였기 때문이다. 연기와 시나리오라는 판이한 분야에 양다리를 걸쳤으면서도, 양쪽에서 공히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묻혀낼 수 있다는 점 또한 그를 범상치 않게 여기게 하는 이유다. <파이란>의 시나리오와 <라이방>의 연기에서 김해곤은 싱싱하기 그지없는 ‘밑바닥 정서’를 우리 앞에 당겨올려 비릿한 삶의 땀내를 맡게 해줬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그의 출현은 우리 영화계에 전대미문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충무로의 ‘외계인’, 혹은 ‘천연기념물’ 김해곤, 이제 그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편집자 ▶ 김해곤의 픽션 같은 인생, 논픽션 같은 영화이야기 (1)

▶ 김해곤의 픽션 같은 인생, 논픽션 같은 영화이야기 (2)

▶ 배우 김승우, 김해곤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