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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사랑의 찬가
2001-11-10

Eloge de l`Amour

프랑스, 스위스, 2001년, 97분 France, Switzerland 2001, 97 min 감독 장 뤽 고다르 오전 11시 대영2관거의 반세기 가량을 ‘숨가쁘게’ 달려온 노장의 새 영화는 제목과는 달리 세상에 대한 근심으로 가득하다. 여기서 고다르의 근심은 이미지와 사운드가 구성해내는 기억으로서의 역사에 대한 근심이다. 텔레비전과 영화라는 강력한 매체는 스스로의 표현수단을 지니지 못한 인민들의 기억을 재구성하며, 진정한 전투는 바로 이 기억의 장에서 벌어진다고 말한 이는 다름 아닌 미셀 푸코. 미셀 푸코의 이러한 전언에 대한 충실한 영화적 주석가라 할 크리스 마르케는 <태양 없이>에서 ‘총체적 기억은 마취된 기억이며, 하나의 집단적 기억 뒤에는 천 개의 개인적 기억들이 존재한다’고 말한 바 있다. 크리스 마르케가 꿈꾸었던, 망각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현재로 날아온 인물이 보고 느끼는 것들에 대한 SF 영화라는 프로젝트는 <사랑의 찬가>에서 실현되었다. <사랑의 찬가>에서 고다르는 현재의 파리를 다시 한 번 알파빌처럼 바라본다. 이야기가 끝나고 의미가 떠오르는 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도래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세 시기(청년/ 장년/ 노년)를 통해 이야기가 아닌 역사를 드러내 보이겠다는 주인공 에드가의 노력이 실패했는지 성공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이상하게도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은 기억(과거)으로만 남은 젊음과 현재의 지친 노년뿐. 저항과 혁명에 대한 기억, 혹은 그에 대한 후일담. 그럼에도 고다르는 기어이 우리가 여전히 성인이 되지 못했으며 아직 아무 것도 말해지지 않았다고 믿고 싶어한다. 고다르는 흑백으로 촬영된 현재와 컬러로 촬영된 과거를 대비시키면서 유례없이 명료하게 영화를 전개시킨다. 여기엔 현재를 성찰하고 과거를 우리 앞에 환하게 불러 세우고 싶어하는 고다르의 간절한 소망이 있다. <사랑의 찬가>는 회고조의 역사영화들에 관해 영화로 쓴 비평이기도 하다. 레지스탕스 활동 중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 노부부의 이야기에 대한 판권을 사서 그럴싸한 역사멜로드라마를 만들고자 하는 할리우드 제작자들에 대한 묘사는 의미심장하다. “미국인들… 그들에겐 자신들만의 기억이 없지… 그래서 다른 이들의 과거를 사는 거야. 특별히 저항했던 이들의 과거를. 혹은 그들은 말하는 이미지를 팔기도 해. 그러나 그 이미지들은 결코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아. 그게 그들이 원하는 거라구.” 역사와 기억에 대한 근심으로 빚어낸 역설적인 <사랑의 찬가>는 우리로 하여금 한 진정한 예술가의 육체 또한 시간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을 원망하게 만든다. 유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