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고가 영화만큼 드라마틱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광고가 노출되는 시간은 지극히 제한적이기에 장르적인 면이나 이야기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LG전자 노트북 XNOTE의 광고 <여름날>은 광고 특유의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어 ‘크로스오버 필름’이란 새로운 형식을 지향한다.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일곱개의 짧은 영상에 담겨 진행되고, 3~4분 분량의 개별 영상은 각각 단편영화, 뮤직비디오, 광고, 드라마의 형식을 취하며 다양하게 표현된다. 톱스타 류승범과 신민아, 현빈이 주연을 맡고 가수 유희열이 카메오로 출연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름날>의 연출을 맡은 이는 ‘LG싸이언 아이디어’ 광고와 가수 토이, 롤러코스터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CF감독 조원석. 광고계에선 베테랑이지만 단편영화 제작은 이번이 처음인, 초짜 영화감독이다.
-‘크로스오버 필름’을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처음엔 30분 정도의 단편영화를 몇 부분으로 나눠 공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매체가 인터넷이잖나. 사람들이 순서대로 보는 것도 아니고, 어떤 에피소드를 클릭해도 재밌어야 하는데 나눠놓고 보니 한편의 이야기가 너무 짧더라. 그래서 이것저것 장르를 혼합해 만든 거다.
-단편영화는 처음 시도하는 건데. =앞으로는 함부로 덤비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광고에서는 짧은 순간에 임팩트를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단편영화는 호흡이 길다보니 내가 보기엔 막 비어 보이는 거다. 물론 단편영화 길이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적이 있지만 뮤직비디오야 영상이 음악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니 중요한 부분만 신경쓰면 무리없이 만들 수 있다. 앞으로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웃음)
-캐스팅이 화려하다. 현빈, 류승범, 신민아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든 건가. =일단 세명이 기본적으로 보여줬던 이미지가 있었다. 빈이는 착한 부잣집 애. 승범이는 깡패나 양아치 역할, 민아는 착하고 발랄한 캐릭터. 여기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빈이는 냉정한 인물로, 승범이는 수줍은 청년으로, 민아는 착하지만 우유부단한 여자로 설정했다.
-유희열의 카메오 출연이 인상적이다. 광고음악도 맡았는데. =<실리 러브 송> 뮤직비디오의 인연으로 계속 만나고 있는데, 정말 재미있는 분이다. 처음엔 민간인인 줄 알았는데 토이 콘서트에 가니까 그 사람 말 한마디에 수천명이 움직이더라고. (웃음) 나중에 단역 말고 중요한 역할로 출연시킬 생각이 있다. 광고음악은 너무 잘 나왔다. <이사> 에피소드의 경우 희열씨 음악에 영감을 받아 완성한 작품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크로스오버처럼 새로운 기획을 시도할 건가. =가끔…. (웃음) 사실 나는 영상에 관련된 것이라면 다 해보고 싶다. 기본적으로 사람냄새 나고 감성적인 작품이면 된다.
-어렵게 만들었는데, 이번 작품을 따로 상영할 계획은 없는지. =거기까지 욕심 부릴 생각은 없고. 광고로 충실하게 효과만 본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그냥 집에서 혼자 보련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