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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니 감독에게 자유를!
2001-11-13

`반혁명적` 영화 <숨겨진 반쪽>으로 회교 정부에 체포, 독립영화계 탄원 나서

로스앤젤레스의 아트하우스 뮤직홀에서 상영중인 이란영화 <숨겨진 반쪽>(The Hidden Half)은 평소 페미니스트적인 작품으로 알려진 타흐미네 밀라니 감독의 작품이다. 40살을 눈앞에 둔 여자주인공이 정치범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여인의 재판을 위해 출장을 떠나는 남편의 옷가방에 넣은 편지 속에서 80년대 정치적 혼란기를 지나왔던 자신의 지난일을 회상하면서 사형수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것을 탄원한다는 줄거리의 영화다. 영화는 78년 회교혁명 직후 79학번으로 테헤란대학에 입학한 주인공이 마오이스트로 정치 운동에 깊숙이 개입하지만 한편으로 중년의 자유분방한 문학가와 사랑에 빠지며 결국 혁명정부가 자신의 이념을 실현해주지 못했다는 실존적 고민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비슷한 시대를 겪은 우리에게 공감을 사는 후일담형식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지금 미국 독립영화계의 주목의 대상이 됐다. 감독 밀라니가 영화 속의 반혁명적인 내용 때문에 이란 회교 법정에 의해 8월 체포된 상태이며 그의 석방을 위해 독립영화계가 집단적으로 탄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내 이란영화 및 비디오 배급을 맡아온 패싯(FACET)멀티미디어사는 지난달부터 온라인(www.facets.org/petition.html)과 오프라인 두 채널을 동원해 “사형 위기에 처한 이란 영화감독”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고 그의 석방을 위한 탄원서 서명에 영화인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밀라니 감독의 체포와 투옥은 영화자체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영화 홍보과정에서 감독이 “내 친구들이 혁명정부에 끌려가 고문당하고 투옥되고 처형당했다”는 발언 때문에 미움을 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학자와 언론인들에 대한 탄압은 있어왔지만 영화감독이 직접 투옥된 것은 처음”이라며 “아직 사형이 선고되지는 않았지만 개혁파인 카타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밀라니 감독의 보석을 얻어내는 등 감독을 도와주려는 입장이어서 대통령과 대립중인 강경파 회교도들이 중심인 사법부가 그를 견제하기 위해 사형선고라는 강수를 둘지 모른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서명운동을 통해 그동안 참가한 미국 영화인들만 해도 수백명이 넘는다. 이들 중에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마틴 스코시즈, 스티븐 소더버그, 아그네츠카 홀랜드 감독도 포함돼 있으며 아시아와 유럽의 영화인들도 참가했다.

영화 속 정치범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밀라니 감독은 현재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며 여행제안은 받지 않고 있어 이집트 카이로 필름 페스티벌에도 참가했으며 로스앤젤레스 개봉에 이어 11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이란영화제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인권단체에서는 이같은 국제적인 여론에 힘입어 이란 사법부가 이전 사례들처럼 무죄를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재판 자체를 아예 진행시키지 않고 보류시키는 방법으로 선회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LA=이윤정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