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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그 선율
2001-11-14

미야자키 하야오와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음악 대부분을 맡아온 일본의 영화음악가

미야자키 하야오와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음악 조율사 히사이시 조가 지난 11월8일 한국 공연을 다녀갔다. 히사이시 조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까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과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부터 <브라더>까지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음악 대부분을 맡아온 일본의 영화음악가.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과 오케스트레이션, 전자악기와 민속악기를 자유롭게 활용한 리듬 파트 등 클래식과 팝, 현대음악과 전통음악을 넘나드는 그의 음악은 동화 같은 판타지와 비정한 현실의 풍경을 감성적으로 끌어안으며 많은 관객의 귀를 사로잡아왔다. 예전부터 한국 공연 제의를 받았다는 그는, 지난 10월 말부터 ‘히사이시 조 슈퍼 오케스트라 나이트’란 제목으로 일본 순회공연을 시작하면서 서울 순서를 따로 마련해 한국을 찾았다.

국내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음악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히사이시 조는 일본 국립음악대학 작곡과 재학 시절부터 현대음악 작곡가로 활동해왔으며, CF, 드라마,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개인 작업은 “좋아하는 대로 할 수 있어서” 좋지만 또 그 때문에 뭘 해야 할지 어려울 때가 있고, 공동작업인 영화음악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렵지만 감독과 함께 얘기하면서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고. “2천∼3천명이 모여서 들어도 음악은 듣는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그의 작곡론은 “클래식이든 팝이든 관계없이 관객을 위한 음악”. 최근에는 현악 4중주단을 소재로 한 <쿼텟>이란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7시30분부터 2시간가량 펼쳐진 이번 공연에서는 <쿼텟>의 음악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브라더> 등 최근작들 20여곡이 연주됐다. “최근 2∼3년 동안 만든 곡들이라 오케스트라와 처음 같이하는 곡들도 많다”며 기대도 되고 불안하기도 하다던 그였지만, 공연장의 피아노 앞에서는 편안해 보였다. “한국에도 팬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정말 그런지 모르겠다”며 연주 중간중간 간단한 멘트와 곡 설명을 곁들이기도. 그의 공연 단골 지휘자인 재일동포 김홍재씨와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마치고 돌아간 그는, 12월 초까지 일본의 도시들을 돌며 스크린 밖에서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