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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주의에 매몰된 독일의 분위기 <카스퍼 하우저의 신비>
강병진 2008-09-06

<카스퍼 하우저의 신비> The Enigma of Kaspar Hauser 베르너 헤어조그/서독/1974년/109분/컬러/독일영화사 특별전

일요일 낮, <서프라이즈>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다. <카스퍼 하우저의 신비>는 그만큼 기이한 실화를 기초로 한다. 1828년, 독일의 어느 일요일, 뉘렌베르크의 시장에서 한 부랑아 소년이 발견된다. 세상과 차단된 채 자란 소년은 동물과 다를 게 없었다. 사람들에 의해 직립보행을 배운 소년은 몇마디 말과 카스퍼 하우저란 이름을 얻는다. 이후 서커스 단에서 생활하던 중 어느 교수 집으로 도망온 그는 그때부터 학문과 음악, 미술, 종교, 언어 등을 접하게 된다. 동물이나 다름없던 소년은 문화를 습득하면서 나름대로의 자아세계를 형성하고, 종교와 합리주의에 갈등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때부터 그를 실험대상으로 몰아간다. 결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1833년 가슴 깊숙한 곳을 칼에 찔린 후 한 많고 탈 많은 인생을 마감한다.

영화는 묵직한 경구로 시작한다. “흔히 침묵이라 불리우고 있는 이 끔찍한 비명들이 당신에게는 들리지 않는가? 하늘은 스스로 돌보는 자를 돕지 않는다.” 카스퍼 하우저를 둘러싼 사람들의 갈등은 이성과 합리주의에 매몰된 당시 독일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그들에게는 이성의 논리에 상처받는 사람들의 비명이 들릴리가 없다. 극중에서 카스퍼 하우저의 시체를 본 사람들은 다시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시체를 해부하면 그가 왜 그토록 이상한 행동을 보였는 지를 알 수 있을 거라 믿은 사람들은 결국 그의 뇌와 간에서 기형 증상을 발견하고 외친다. “우리는 답을 찾아낸거야!” 하지만 그것은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일까? 상처받는 아웃사이더의 처절한 패배를 그려온 베르너 헤어조그는 인간성의 원인을 이성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되묻는다. 당시로서는 도발적인 질문이었을까? 헤어조그는 <카스퍼 하우저의 신비>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지독한 평가를 받아야 했던 작품”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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