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다른 두 소년의 우정 <피아노의 숲>
안현진(LA 통신원) 2008-10-29

클래식 피아노 연주 감상 지수 ★★★★ 어린 시절 회상 지수 ★★★ 흥미진진 두근두근 지수 ★☆

전학 온 첫날은 마음이 움츠러드는 법이다. 할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시골로 이사한 슈헤이(가미키 류노스케). 튀지 않으려고 조심했지만, 자기소개를 하던 중 “피아니스트가 꿈”이라고 말해 놀림거리가 되고 만다. 아이들의 잔인함은 가끔 도를 치나친다. 악동들은 슈헤이에게 “귀신 나오는 숲의 피아노”를 치고 오든지 고추를 보여주든지 양자택일을 하라고 윽박지른다. 그때 슈헤이를 구해주는 친구가 바로 카이(우에토 아야)다. 여자아이처럼 보이는 카이의 예쁜 외모는 사창가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엄마(이케와키 지즈루)로부터 물려받은 것. 출신 탓에 따돌림당하던 카이는 낯선 환경에 외로운 슈헤이에게 손을 내밀고, 피아노를 매개로 두 아이는 가까워진다. 그러나 피아니스트의 아들로 태어나 놀이터 대신 레슨을 택한 슈헤이와 버려진 피아노를 장난감으로 치며 자란 카이는 다른 종류의 사람일 수밖에 없다. 노력해도 피아노를 사랑할 수 없는 도시 소년. 그리고 연주를 듣는 사람까지도 피아노를 사랑하게 만드는 시골 소년. <피아노의 숲>은 이렇듯 다른 두 소년의 우정을 그린다.

원작 만화가 5년 뒤까지 이야기를 펼쳐 경쟁구도를 보여주는 반면, 애니메이션은 둘의 만남과 첫 콩쿠르까지를 다룬다. 빛이 쏟아지는 숲에서 카이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음악과 자연이 일체가 되는 <피아노의 숲>의 백미. 화려하고 세련된 맛은 없지만 그림책을 보는 듯 2D애니메이션만의 은은한 멋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원작에서 도입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물론 그 안에도 기승전결의 흐름이 있지만 작가가 그린 큰 그림 안의 작은 에피소드라 전체적으로 심심한 느낌을 준다. 오히려 이 영화는 초등학생들에게 교육용으로 보여주면 좋겠다. 환경보호를 역설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하고, 모차르트·쇼팽·베토벤 등 고전 음악가들의 명곡도 들려주기 때문이다. 지루한 손가락 연습곡의 효과를 설교하는 부분도 있으니 피아노를 배우는 중이라면 더욱 안성맞춤이겠다. 음악교육에 환경보호, 우정에 대한 메시지까지 전하니 일석삼조. 인터넷과 케이블 채널이 쏟아내는 성인 취향의 방송물 속에서 무엇을 보여줄지 고민인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은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다.

tip/ 메가폰을 잡은 고지마 마사유키와 원작 만화작가 이시키 마고토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다. <피아노의 숲>처럼 일본 시골을 배경으로 한 <하나다소년사> 역시 이시키의 작품으로, 고지마 감독이 연출해 TV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바 있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