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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가렐이 오시었다
이주현 2008-11-05

11월5~10일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제6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짧지만 강렬한 한편의 단편영화 열 장편 안 부럽다.

국내 유일의 국제경쟁단편영화제인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가 올해로 6회를 맞았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단편영화제로의 도약을 꿈꾸며 69개국 1743편의 영화를 준비했다. 지난해의 1381편에 비해 26%나 늘어난 편수다. 영화제는 그동안 꾸준히 단편영화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국내 단편영화인들을 지원, 육성하기 위해 2005년부터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라는 사전제작지원제도를 시행해왔고, 단편영화 대안 배급의 일환으로 2006년부터 ‘기내상영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국내 순회상영전 ‘떴다, 떴다, 아시프!’를 개최해 서울·인천·대구 등을 돌며 지난 3년간의 영화제 수상작들을 상영했다. 제6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11월5일부터 10일까지 6일간 열린다.

프로그램은 개·폐막작과 국제경쟁부문, 특별프로그램으로 나뉜다. 국제경쟁부문 수상장은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올해 개막작은 2007년 사전제작지원 선정작인 <7인의 초인과 괴물 F>와 특별프로그램 중 선별된 <아스팔트 위의 마농> 두편이다. 박종영 감독의 <7인의 초인과 괴물 F>는 IMF나 FTA와 같은 형체 없는 괴물과 맞서는 평범한 현대인들의 슬픈 자화상을 판타지로 승화한 블랙코미디. 반면 엘리자베스 마레, 올리비에 퐁트의 <아스팔트 위의 마농>은 예기치 못한 죽음의 순간을 던져놓으면서, 잠깐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라고 속삭이는 프랑스적 감수성이 듬뿍 묻어나는 영화다.

지난해보다 늘어난 69개국 1743편 준비

국제경쟁부문의 신작 52편은 총 8개 섹션으로 나뉘어 상영된다. 젊은 감독들의 싱싱한 기운이 그대로 느껴지는 주목할 만한 작품이 수두룩하다. 슬로바키아 애니메이션인 <여인들>은 하룻동안 4명의 여인들의 운명이 뒤얽히는 비극적인 이야기로, 탄탄한 시나리오와 이국적인 페인팅이 눈길을 끄는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이다. 영국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루이스 쿡 감독의 <까칠한 자매>도 신선하다. 외딴 해안가 판잣집에서 처참하게 사는 자매의 이야기를 거친 상상력과 거친 터치로 그려냈다. 2008 클레르몽 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온 더 라인>은 서점 여직원을 짝사랑하는 백화점 경비원 남자의 이야기. 한순간의 선택으로 그녀에 대한 사랑도, 그의 일상도 뒤엉켜버리고 만다. 섬세한 감정연기와 다층적인 심리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들>은 영국영화텔레비전예술아케데미(BAFTA) 등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주목받는 영국의 신예감독 대니얼 멀로이 감독의 작품. 언더그라운드 연극연출가와 그에게 휘둘리는 여자, 그녀의 어린 아들의 이야기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전개된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이완 맥그리거의 대역을 비롯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에서 스턴트 배우로 다양한 경력을 쌓은 호주의 내시 애거튼 감독의 <스파이더>도 단편의 묘미를 잘 살린 작품이다. 재미 삼아 산 거미인형이 불러오는 끔찍한 사건들이 제대로 사람을 놀라게 한다.

특별프로그램은 세개의 섹션으로 꾸며진다. 먼저 리들리 스콧,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등 거장들의 초기작품과 왕가위, 나카노 히로유키 등 아시아 감독들의 최신작을 만나는 ‘감독열전: 시네마 올드 앤 뉴’. 두번째로는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미장센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섬뜩한 단편 호러영화들의 모음전인 ‘테마단편전: 11월의 나이트메어’.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영 알랭 들롱이라 불리는 루이스 가렐의 단편영화를 비롯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프랑스의 신작 단편영화들 ‘믹스플래닛: 봉주르, 프랑스’까지 세개의 섹션이 준비되었다.

영화제의 게스트들 중 눈길이 머무는 사람은 단연 루이스 가렐. 누벨바그 시네아스트인 필립 가렐과 감독 겸 배우인 브리지트 시의 아들이며, 배우 모리스 가렐의 손자인 그는 3대가 영화와 인연을 맺은 집안에서 자랐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 프랑수아 오종의 <커튼 레이저>, 크리스토프 오노레의 <사랑의 찬가> 등 유럽 거장들의 작품에 출연하며 프랑스의 대표 배우로 자리잡았다. <친구들>은 루이스 가렐의 첫 연출작. 자유분방하고 실험적인 영상이 그의 아버지 필립 가렐을 떠올리게 한다. 또 루이스 가렐은 영화제 특별프로그램에서 상영되는 <선택된 사랑>에 배우로 얼굴을 비춘다. 감독 라시드 하미는 필립 가렐과 친구 사이며 역시 영화제 동안 한국을 방문한다. 루이스 가렐은 11월6일 오후 8시10분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진행되는 관객과의 토크시간 ‘아시프 랑데부’에 참석한다. 이 밖에도 ‘마스터 클래스: 특수분장의 쓰리 스텝과 단편영화’,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 자격으로 초청된 영화평론가 켄트 존스와 함께하는 ‘시네마 토크’ 등의 부대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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