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동명의 비디오 게임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맥스 페인>
문석 2008-11-19

원작 게임 유사 지수 ★★ 나태한 시나리오 지수 ★★★★ 시도 때도 없는 슬로모션 지수 ★★★★★

미해결 사건 처리부서의 형사 맥스 페인(마크 월버그)은 3년 전 집 안에 침입한 괴한들에 의해 아내와 딸을 잃었다. 그날 이후 맥스는 범인을 뒤쫓아왔지만 아직 복수의 날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맥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빚어놓은 함정에 빠지고 만다. 나타샤라는 여성과 동료 형사 알렉스를 살해한 용의자로 몰리게 된 그는 이제 누명을 벗는 동시에 아내의 살인범까지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맥스는 아내가 다니던 제약회사가 이 모든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고 나타샤의 언니 모나(밀라 쿠니스)와 함께 검은 음모의 베일을 걷어내기 시작한다.

<맥스 페인>은 동명의 비디오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어둠의 세력의 거대한 덫에 걸려든 주인공 맥스 페인을 내세우는 이 3인칭 슈팅게임은 음침한 느낌과 하나씩 단서를 찾아나가는 스릴, 그리고 호쾌한 액션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다. <매드맥스>와 홍콩 액션영화들에 영향을 받은 게 틀림없는 이 게임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에 많은 게임팬들이 환호성을 지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불행히도 <맥스 페인>은 ‘게임을 원작으로 삼는 영화 중 괜찮은 경우가 거의 없다’는 통념에 무게를 실어준다. 영화는 복잡하게 꼬여 있는 게임 속 캐릭터들을 솎아낸 뒤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 안에 꿰어맞췄는데, 그 탓인지 내러티브의 흥미와 긴장이 반감된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맥스 페인>의 문제는 클리셰(제약회사의 음모, 살인범으로 몰린 형사 등)를 이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클리셰들을 일정한 방향 안에서 재구성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그래서 ‘폼잡기’라는 용도 말고는 설명할 수 없는 장면도 너무 많다. 거의 모든 액션장면마다 등장하는 ‘불릿 타임’(총알 등의 빠른 움직임을 극도의 슬로모션을 보여주는 것) 또한 지루함을 넘어 고루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서구 평자들은 <맥스 페인>을 설명할 때 주인공의 성 페인(Payne)에 빗대 이 영화를 보는 고통(pain)을 호소하기도 했다. 우리 식으로는 이 영화에서 게임 정도의 수준을 기대했다가는 ‘폐인’되기 십상이라는 농담도 걸 법 하다. 마크 월버그라는 단단한 배우와 음습하고 괴기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는 프로덕션디자인 정도가 이 영화의 위안거리다.

tip/ 게임 <맥스 페인>은 2001년 1편이, 2003년 2편이 발매된 이래 전세계적으로 700만장의 타이틀이 팔렸다. 에이서(Aesir), 발키리(Valkyr) 등 북구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여러 요소 또한 이 게임의 매력으로 꼽힌다. <맥스 페인>은 총기 발사 때 ‘불릿 타임’을 처음으로 도입한 게임으로도 유명하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