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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쾌청함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안현진(LA 통신원) 2008-12-03

떨어지는 장면 지수 ★★★ 영상미 감탄 지수 ★★★★★ 그러나 2% 모자라다 지수 ★★★☆

<더 셀>을 만든 타셈 싱의 2번째 작품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하 <더 폴>)은 ‘이야기 안의 이야기’ 구조를 가진 영화다. 영화의 목소리가 없던 시대, 기차에서 뛰어내려 말에 타는 액션장면을 촬영하다 사고를 당한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는 하반신이 마비돼 LA의 한 병원에 입원한다. 영어가 서툰 5살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와 “떨어져서” 다친 공통점을 가진 로이는 몸의 상처보다 실연으로 인한 마음의 병이 깊다. 삶에 의욕을 잃은 그는 소녀를 옛날이야기로 꾀어 치사량의 모르핀을 훔치도록 시킨다. 로이의 이야기는 오디어스 총독에게 복수하려는 무법자 6명의 모험담이다. 그러나 로이의 감정이 파국으로 치닫을수록 이야기는 비극으로 향한다. 영화에서 로이는 말하는 사람이고, 알렉산드리아는 듣는 사람이다. 즉, 로이의 입말은 알렉산드리아라는 만화경을 통해 환상적으로 변주된다. 수시로 끼어드는 소녀의 참견이 이야기 속 인물의 생김이나 말투를 바꾸는 것은 예사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소녀가 실제로 만나본 사람들의 얼굴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오디어스는 로이의 사랑을 앗아간 배우의 얼굴이다.

<더 폴>은 불가리아영화 <요호호>(1981년)의 리메이크다. 원작에서 ‘배우-소년’의 관계는 리메이크에서 ‘스턴트맨-소녀’로 바뀌었다. 블루스크린을 치고 촬영한 <300> 같은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시각적 쾌청함을 선사하는 <더 폴>은 20개국 이상을 발로 밟으며 100%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그러나 <더 폴>의 특장점이라고 할 만한 수려한 영상미는, 단점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이야기가 허술하다는 말이다. 물론, 영화의 설정상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청년이 기분에 따라 이야기를 뒤틀고 어린아이가 상상한 그림을 보여주는 꼴이니 억지 상황을 전적으로 비난하기는 어렵다. 눈과 마음 모두를 사로잡지는 못하는 것. 그것이 이 영화의 한계라면 한계다. 그럼에도 가슴을 울리는 때가 있다. 살기로 결심한 로이가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는 장면이 그렇다. 사고를 당했던 장면에 이르면 그의 심장은 요동친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번뇌했던 것과 다르게, 화면은 물 흐르듯 지나가버린다. 그 두근거리던 심장이 오랜 시간 차기작을 선보이려 분투했을 감독의 마음 같아서 괜히 숙연해진다. 정성이 하늘에 닿았을까. <더 폴>은 200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과 시체스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tip/ 최고의 한 장면을 꼽기는 어렵지만 오프닝 시퀀스는 그중 백미다. 불가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이 흘러나오는 동안, 로이의 사고장면이 지나간다. 흑백영화의 시대를 반영하듯 느리고 아름다운, 애수가 묻어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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