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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안 사나이
2001-11-21

<해외신작> 뷰티풀 마인드

숫자를 다루는 일에는 신이 부럽지 않을 만큼 능란했으나 인간관계의 함수를 파악하는 데에는 갓난아기처럼 서툴렀던 사나이. 유연하고 다채로운 연출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던 론 하워드 감독의 신작 <뷰티풀 마인드>는 실비아 나사의 전기에 기초해 성공과 파탄, 성적 스캔들로 점철된 냉전시대의 수학천재 존 포브스 내쉬 주니어의 행로를 추적한다. 비범한 지능에 아이돌 스타의 핸섬한 외모까지 지닌 청년 내쉬는 2차대전 종전 뒤 프린스턴대학에서 전통적 경제이론을 뒤엎는 ‘게임이론’의 기초원리를 창안한다.

그러나 40년 뒤 그에게 노벨상을 가져다줄 이 업적을 이룬 뒤 내쉬의 삶은 서서히 냉전의 그늘에 좀먹히게 된다. 정부로부터 비밀리에 의뢰받은 소련 간첩들의 암호 해독 작업에 종사한 내쉬는 스파이들이 그를 미행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서른살에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는다. <뷰티풀 마인드>의 후반부는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혼돈 앞에서 흔들리는 내쉬의 모호한 정신상태 속으로 깊이 카메라를 밀어넣는다.

근사한 배우들의 조합이 될 <뷰티풀 마인드>는 <글래디에이터>로 “오스카상에 빛나는”이라는 수식어를 이름 앞에 단 러셀 크로가 분한 내쉬와 함께 영화의 정서적 핵을 이룰 아내 알리시아 역에 제니퍼 코넬리가 캐스팅됐고, 에드 해리스가 비밀리에 활동하는 정부 관리로 출연한다. <배트맨 포에버>의 각본에서 자신의 심리학 취미를 과시했던 아키바 골즈만의 시나리오는 주인공의 마음속에 생동하는 수(數)를 보여줌으로써 영화적으로 지루하기 십상인 ‘수학자’라는 직업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했다고.

글 김혜리·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