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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석의 블랙박스] 오, 빗자루!

<씨네21> 688호 ‘해외 평단이 뽑은 2008 베스트10’을 읽다가 그들의 좀더 상세한 개별 리스트에 한국영화는 없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참고한 건 <사이트 앤드 사운드> <필름 코멘트> <카이에 뒤 시네마>의 명단이다. <사이트 앤드 사운드>의 설문에 참여한 평자 중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의 팀 로비만이 유일하게 한국영화를 꼽았는데, 이창동의 <밀양>이다.“이창동이 그가 하고 있는 것에 관하여 훨씬 더 깊이 사유하고 그의 여주인공에게서 놀랄 만한 연기를 얻어냈다는 진일보의 증거.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영화는 여기서(영국) 극장 개봉을 할 수 없단 말인가?”라고 그는 한탄하고 있다. <필름 코멘트>는 미국 내 개봉작과 미개봉작으로 나눠 매년 각 20편씩 선정하는데 미개봉작 16위에 홍상수의 <밤과낮>이 올라 있다. 개별 리스트에서는 페데릭 보노가 2위에, 필립 로페이트가 10위에 <해변의 여인>을 꼽았다. 올라프 뮐러의 선택이 특히 눈에 띄는데, 그는 이지상의 뚝심있는 연작영화 <십우도3-견우(티벳에서, 제망매가)>를 무순으로 넣었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필진은 <해변의 여인>과 <밤과낮>에 더 주목한다. 루도비크 라망은 6위에 <해변의 여인>을, 장 필립 테세는 공동 8위로 <해변의 여인>과 <밤과낮>을 묶어서 꼽았다. 그중 다섯편의 공동 2위에 <밤과낮>을 올린 에르베 오브롱은 <해변의 여인>과 <밤과낮>에 관해 멋스럽게 썼다.“풍경에 무관심한 이 우발적인 여행자들은 그들의 강박을 숙고하길 계속했다. 계몽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훨씬 더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건 여전히 거기 있다. 무한함과 편평함, 숭고함과 시무룩함 사이에 일어나는 종국의 조우- 오즈와 로메르, 우리가 물끄러미 보는 녹색 광선과 술잔.” 재미있는 건 <씨네21>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던 뱅상 말로사의 선택이다. 그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신인감독 김동주의 <빗자루, 금붕어되다>(전주국제영화제, 테살로니카영화제 상영작)를 공동 5위에 꼽았다. 무엇과 함께?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