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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감독, 신작 <방아쇠> 쏜다
2001-11-26

비무장지대 배경, 현실의 남자와 환상의 여자가 주인공, 내년 3월 크랭크인 예정

박광수 감독의 신작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알려진 가제는 <방아쇠>. 지난해 열린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산프로모션플랜(PPP) 견본시에서 처음 소개된 <방아쇠> 프로젝트는 북한군과 대치 상황에서 비무장지대 안 GP(Guard Post)를 판타스틱한 무대로 삼고서 현실의 남자와 환상의 여자가 섹스를 벌인다는 기이한 이야기다. 주인공인 주성민 일병은 누나와의 사랑이 남긴 상처로 인해 폐쇄적인 성격을 갖게 된 20대 인물. 옴짝달싹할 수 없는 군대 규율에 묶인 자신의 무기력한 현실에 대해 그가 저지를 수 있는 일이란 상관에게 총구를 들이대 위협하는 일뿐이다. 어느날 그는 지뢰사고로 인해 의식을 잃지만 죽을 고비를 가까스로 넘기면서 정체가 불분명한 여인의 실루엣을 보게 된다. 수술 도중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그녀의 마지막 모습만을 떠올리던 주 일병은 부대로 복귀하지만 그녀가 곁에 맴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후 주 일병은 근무중에 실제로 그녀를 보게 되고,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면서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를 얻게 된다.

<이재수의 난>(1999) 이후 부산영상위원회 초대 운영위원장, 영상원 출강 등 바쁜 바깥 활동을 벌여온 박 감독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삼인삼색 디지털 프로젝트 중 하나인 <빤스 벗고 덤벼라>를 끝내고 난 뒤, 줄곧 <방아쇠>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인 기획시대에 따르면 박 감독은 최근 <방아쇠>의 시나리오 초고 작업을 마친 뒤, 현재 경남 밀양 부근에서 적당한 촬영장소를 물색중이다. 판타지의 느낌과 충돌하는 가제는 조만간 바꿀 계획.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비롯해 아직 파이낸싱과 캐스팅 작업이 남아 있고 본격적인 프로덕션 일정은 2002년 3월부터 시작된다. 현재 예상하는 순제작비는 30억원 규모이며, 세트비용 중 5억원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한국 리얼리즘영화의 한축을 지탱해왔던 박광수 감독이 비무장지대의 고립된 초소에서 피어나는 남한 병사와 처녀 귀신의 사랑을 통해 무엇을 발견하려는지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