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했던가. 이소룡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남편 엽문이 뛰어난 무술실력 때문에 일본군으로부터 도망을 다녀야 할 때도, 아내 장영성은 남편과 아들 엽준의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 불평 한가득 쏟아내도 시원찮을 판인데 그는 누구보다도 ‘우리 남편이 최고’라고 믿고 묵묵히 지지한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엽문은 집 밖에서는 호랑이 같은 기운으로 난세 속 중국 백성들의 기운을 북돋워주다가도 집 안에만 들어오면 한 마리의 양처럼 유순해진다. 이게 다 아내 장영성 덕분이리라.
묘한 구석이 있는 얼굴이다. 178cm의 큰 키 덕분인지 잡지 화보나 나이키, 폴로, 리바이스, CK의 의류 카탈로그에서는 서구적인 공기를 자아내는가 하면, <엽문>에서는 영락없는 엽문의 아내다. 실제로 엽문의 아들인 엽준이 제작보고회에서 웅대림의 모습을 보고 “정말 모친과 닮았네요”라고 할 정도니까. 대륙에서 6년, 홍콩에서 4년 총 10년차 중국 최고의 모델인 그녀 역시 세간의 그런 평가가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미지가 다양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 내 모습은 현모양처에 더 가깝다.”
그때 어느 잡지에 실린 한장의 사진이 결정적이었다. 그 사진에서 1930년대 여성의 이미지를 포착한 엽위신 감독은 모델로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그러나 배우로서의 경험은 전무한 웅대림에게 함께하자고 전화를 걸었다. “치파오가 잘 어울리겠다”는 말과 함께. 데뷔작으로 엽위신 감독, 상대역인 견자단, 황백명이 대표로 있는 메이저 제작사 홍콩동방영화발행 유한공사와 함께라니. 거기에다 장영성이라는 매력적인 배역까지. 첫 작품으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엽문에 관한 영화라 자칫 실존 인물에 묻힐 수 있는 위험에도 웅대림은 “엽문이 영화 내내 싸우는 것은 아니지 않나. 오히려 내 캐릭터를 통해 엽문이 더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배역에 대한 확신감과 애정을 드러냈다.
1981년생으로 연기 데뷔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엽문>을 통해 배우로서 슬슬 욕심도 생기겠다. 그러나 흥행과 비평에 모두 성공을 거둔 덕분에 관심이 집중돼서인지 그는 여전히 신중하고 또 신중하다. <엽문2>가 차기작으로 결정된 웅대림은 “제작자 황백명(1980, 90년대 코믹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처럼 코미디영화에 출연해보고 싶기도 하고, 모델도 계속 하고 싶고, 그래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숙하고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공리를 가장 존경하는 선배 배우로 꼽은 그의 씩씩한 행보를 지켜보고 싶은 건 홍콩 관객뿐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