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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배우 진위와 우리의 진위
2009-05-04

최영태 감독의 <진위>

<진위>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간극장’식의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에로배우 박진위 씨. 무명배우 시절 그는 자신에게 주연을 제안한 영화에 출연한다. 그 영화는 에로영화였고 배역도 애초의 약속과 다른 조연이었지만, 이를 시작으로 박진위 씨는 십 수 년째 에로배우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영화 역시 그동안 다큐멘터리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인물의 인터뷰나 주인공의 생활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진위>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다큐멘터리와 가장 멀리 떨어진 비사실적인 무대극 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범함을 보인다. 주인공이 무대에 자기 주변 사람들의 대역배우들을 앉혀놓고 그들의 생각을 유추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들과 말다툼을 벌이기도 하는 식이다. 심지어 주인공의 촬영현장 스태프의 인터뷰 장면을 보여주다가 카메라가 돌면 연극적인 조명 밑에서 대역 배우가 독백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통의 다큐멘터리에서 감독은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고 노력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적극적으로 영화에 개입한다. 그는 자신이 찍는 영화를 통해 스스로에 대해 의문을 갖고 관객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이렇게 관객을 주인공의 삶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상황을 통해 제기되는 문제를 관객에게까지 확장시킨다. 때문에 영화 종반, 편집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감독의 모습은 영화에서 던져진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지속적으로 진짜와 가짜를 교차시키는 이 영화의 형식은 우리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영화의 주제와 같다. 영화의 형식이 곧 영화의 주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제야 우리는 무심코 넘겼던 배우의 가명이자 이 영화의 제목의 속뜻을 알게 된다. 진위(眞僞). 진짜와 가짜. 이렇게 <진위>는 독특한 형식을 활용해 관객들에게 누군가를 보여주기보다는 관객을 영화의 질문 속에 참여시키는 낯설고 매력적인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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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