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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민자들의 불행한 운명 <나쁜 놈들>
장미 2009-05-06

<나쁜 놈들> The Bastards 아마트 에스칼란테/ 멕시코, 프랑스, 미국/ 2008년/ 90분/ CGV5/ 오전 11시30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불법체류자 형제. 막일을 하며 살아가는 그들은 돈이 간절하다. 고향에선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 늙은 숙모가 있지만 버는 돈은 하루하루 쓰기에도 빠듯하다. 결국 청부살인에까지 손을 댄 형제는 어느 여인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녀의 집에 침입하기에 이른다. 마침 여자는 마약에 취해 소파에서 잠들어 있다. 형제는 여자가 차려준 음식을 먹고 함께 수영을 하면서 성적인 충동까지 느끼지만 세 사람 사이의 서늘한 긴장감은 충격적인 결말을 자아낸다.

화면은 거의 멈추어 있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간결하고, 인물들의 표정도 무미건조하다. 동생과 함께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있던 여인이, 갑작스레 총을 집으려 하기 전까지. 두 남자 중 누구도 자신들이 정말로 살인을 저지르리라, 혹은 죽어나가리라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불법이민자들의 불행한 운명을 다루는 <나쁜 놈들>은, 한편으로 집 혹은 고향에 대해 말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던 여자가, 총을 들고 문가에 서 있던 형에게 묻는다. “넌 어디서 태어났니?” 멕시코의 한 마을을 언급하는 남자의 대답에, 여자가 대답한다. “난 여기서 태어났어.” 타지를 떠도는 두 남자와 한 집에서 나고 죽은 여자. 고향을 떠난, 혹은 집을, 그곳에 뿌리 내린 여인을 파괴하려는 이들을, 영화는 ‘나쁜 놈들’이라고 말한다. 붉은색과 흰색을 강렬하게 대비시키는 오프닝과 엔딩에서 감독 아마트 에스칼란테의 미술적 안목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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