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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코미디’라 불러주세요
안현진(LA 통신원) 2009-05-07

<다크 하버>의 감독 나이토 다카츠구

29살에 평생의 주제를 찾았다면 과장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두 번째 장편 <다크 하버>로 전주를 찾은 일본감독 나이토 다카츠구는 “인간사의 사소한 재미”를 화두로 삼은 지 오래다. 캄캄한 항구에서 벌어지는 도살극이 떠오르는 제목이지만, <다크 하버>는 한 노총각 어부가 그의 집에 숨어든 여자와 가족을 이루고 행복을 알아가는 이야기. 감독의 큰 주제를 전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영화다.

영화감독이 되기 전 나이토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다. 코미디를 통해 자신을 보여주는 일에 재미를 느꼈던 그는 “만자이”(일본식 만담 개그)에 푹 빠졌다. 고정된 프레임 안에서 인물의 동작으로 만들어내는 웃음이, 그가 어릴 때부터 존경해온 찰리 채플린의 예술과 닮았기 때문이다. <다크 하버>를 보면서 채플린을 떠올린 관객이 있다면, 그건 나이토가 알게 모르게 채플린으로부터 영향 받았기 때문일 거다.

그는 영화를 통해 우리가 지나쳐버린 삶의 재미를 전달하고 싶다. 그리고 영화에서 웃음을 주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 건, 감독 나이토에게 절대적인 조건이다. “웃음은 의식주 같은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생각만 요구하는 영화는 아무래도 쓸쓸하다.” 이런, 젊은 나이에 너무 통달한 것 같다. 혹시 책은 많이 읽냐고 물으니, 보통 사람들과 비슷한 양을 읽는데 세상사를 전하는 논픽션을 선호한다고.

아기자기하지도 화끈하지도 않은 그의 영화를 굳이 분류하자면 회색지대에 놓일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는 <다크 하버>를 블랙코미디보다는 “다크코미디”라고 불러달라고 청했다. 인간사 속 사소한 재미는 검정색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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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소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