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봉준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리산드로 알론소, 장률, 왕빙, 브릴란테 멘도자, 그리고 야마시타 노부히로. 전주영화제가 발굴한 이름들이다. 특히, 미묘하게 마음을 건드리는 청춘영화들을 선보인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그 시발점이라 할 만한 <지루한 삶>을 들고 전주를 찾았다. 오사카예술대학 졸업작품인 이 영화는 2000년 출발선을 끊은 제1회 전주영화제 상영작. 우연이라기엔 너무 의미심장한 우연이다. 전주를 방문한 건 처음이라는 야마시타 감독은 “지난 시간이 굉장히 짧게 느껴진다”고 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무작정 달려왔다. 이제부터는 마라톤처럼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작업하고 싶다.”
2년간 단 한편의 장편영화도 선보이지 않은 야마시타 감독의 차기작은, <지루한 삶>과 <린다 린다 린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이 그랬듯이, 청춘영화다. 그러나 “일본이 굉장히 어렸던”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이전 연출작들과 확연히 구분될 모양이다. “청춘영화를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한 건 처음이다. 70년대 젊은 저널리스트가 살인사건에 휘말린다는 내용인데, 실화를 토대로 한다. 개인사를 토대로 일본 사회상을 담게 될 거다.” 청춘, 그 미숙한 자유의 시간. 자그마한 체구와 짧게 깎은 손톱이 인상적이었던 이 남자는, 인터뷰가 끝날 때쯤 멋쩍어하면서 “여전히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의 청춘영화가 이상할 만큼 사랑스러운 이유는, 그의 신작이 더욱 궁금한 이유는,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