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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되 지독하게 솔직한 영화 <진위>
안현진(LA 통신원) 2009-05-07

<진위> Jin-Wie 최영태 | 한국 | 2009년 | 65분 | CGV4 | 오후 5시

에로배우 박진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감독은, 연락이 두절된 배우를 만나기 위해 전철에 몸을 싣는다. 왜 이렇게 돼버린 걸까. 흔들리는 전동차 안에서 감독은 진위와 만났던 시간들을 회상한다. 그런데 이 회상 신이 조금 기묘하다. “배우 및 주변인물이 촬영을 꺼린” 까닭에 ‘연극’으로 치환된 진위의 인생은, 박진위가 연기하는 진위와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가족, 친구, 옛 연인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그 장면들 사이로 감독의 고백이 비집고 들어온다. 대상을 대하던 자신의 태도에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닐까. 점점 깊어진 자기반성의 골과 진위를 향한 미안함은, 감독을 이 영화를 만든 최영태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것이 영화가 다루는 인물을 보여주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이끈다.

<진위>는 여러 겹의 영화다. 다큐멘터리의 대상인 배우를 담는 동시에, 그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을 의식적으로 드러낸다. 또 감독은 관객이 화면에서 만나는 박진위가 진짜 박진위와 다름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일견 무관한 듯한 학교 운동장 장면이 불쑥 끼어들고, 양파의 껍질이 벗겨지는 사진으로 장을 구분하고, 다시 무대로 돌아오는 등 영화는 그 흐름에 있어서도 단절적이라 좀처럼 가늠이 어렵다. 그러나 한번 몰입하면 <진위>가 던지는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보여지는 것과 보여주는 것 사이에서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대상을 바라볼 것인가. 그 기준을 믿을 수 있는가, 혹 편견은 아닌가. 교회의 윤리라는 종교인의 관점에서 시작된 감독의 반성은, 어린 시절 “빨간 비디오”를 접했던 일상적인 성장담에서부터 첫 경험, 차마 밝히기 힘든 치부까지로 이어지며 농도를 높인다. 담담하되 지독하게 솔직하다. 조형예술을 전공하고 표현매체로 영상을 선택한 미술학도 최영태 감독의 처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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