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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 한발, 현실에 한발을 걸친 블랙코미디 <다크 하버>
안현진(LA 통신원) 2009-05-07

<다크 하버> The Dark Habor 나이토 다카쓰구 | 일본 | 2008년 | 101분 | 프리머스4 | 오후 5시

외로움이 사무친 남자, 38살 노총각 어부 만조는 절실하게 아내를 원한다. 일, 장보기, 식사, 외출까지 그의 일상은 모두 혼자서 행해진다. 마을에서 주선한 도시 여자들과의 맞선 이벤트에서 아무런 성과도 올리지 못한 날, 만조는 그의 집에 숨어든 모자(母子)의 정체를 발견한다. 함께 살던 남자가 떠난 뒤 남자의 아들까지 데리고 무단침입한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은 미치코. 혼자 마시는 공기에 질식 직전이던 만조는, 미치코와 마사오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해풍에 거칠어질 미치코의 살결을 위한 스카프며, 마사오를 위한 장난감들을 준비하면서 소소한 가족의 행복을 알아가던 만조의 백일몽은 그러나, 경제력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산산이 깨어진다.

새벽빛조차 없는 캄캄한 밤에서 환한 낮으로, 그리고 또 다시 어둔 밤으로 주된 시간적 배경을 전환하며 인물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다크 하버>는 동화에 한발, 현실에 한발을 걸친 블랙코미디다. 경쾌하고 노골적인 배경음악과 무언극을 연상시키는 장면들도 조용한 이 영화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들. 박장대소할 부분은 없어도 낄낄거릴 장면은 많다. 구강성교를 제안하는 창녀의 수신호를 오해해 음료수를 건네는 장면이나 동료의 아내가 남긴 쪽지에 쓰여진 이별의 말을 “사랑해요”로 바꿔 읽어주는 등 물정 모르고 계산 없는 어촌민들의 순박함도, 가랑비에 옷 젖듯 영화에 빠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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