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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이 겪어야 했던 사회적 암흑 <시티 오브 월드>
안현진(LA 통신원) 2009-05-07

<시티 오브 월드> City of the World 크리스티안 클란트 | 독일 | 2008년 | 105분 | 메가박스10 | 오후 5시30분

이것은 실화다. 관광지 엽서처럼 아름다운 한 마을에서 술 취한 두 젊은이가 노숙자의 몸에 불을 붙였다. 늘상 어울려온 카스텐과 틸에게 그날 하루는 그저 재수가 없는 날이었는지도 모른다. 연장자이고 힘이 센 카스텐은 자기 집에 들락거리며 청소를 하는 엄마 때문에 화가 났고, 아름답지만 이기적인 틸은 해고통지를 받아 화가 났다. 여자친구 스테파니의 간섭과 불평도 그를 미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를 지배하는 정서는 무거운 패배감이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쓸모없는 인생들. 둘은 만나서 술을 마셨고, 서로의 몸을 그었고, 줄담배를 태웠다. 빈병을 훔쳐 되팔고 또 술을 마셨다. 공원에 갔고 그리고 살인자가 되었다.

영화의 문을 연 수려한 풍경과는 다르게 <시티 오브 월드>는 베를린 장벽 붕괴와 화폐통합 뒤 동독이 겪어야 했던 사회적 암흑을 다룬다. 절망에 빠진 청년들이 표출한 분노로 기승을 부리던 네오나치즘도 영화의 공기를 차갑게 얼린다. 250유로(약44만원)가 넘어가는 나이키 운동화 앞에서 느끼는 경제적인 무력감과, 두번째 파산을 맞은 스낵바 주인의 이야기는 오늘의 우리와 얼마나 다른가. 현실과의 관계 탓인지 스크린 속 인물들은 호수, 거울, 꺼진 TV화면 등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본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 주인공들과 계속 마주치는 노인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그가 의미하는 것이 ‘혼돈’인지 ‘운명’인지는 관객이 결정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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