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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모스트 훼이모스
2001-11-29

비디오/메인과단신

Almost Famous

2000년, 감독 브라이언 유즈나 출연마크 프로스트, 이자벨 브룩 장르호러(아이비전)

한때 로큰롤이 세상을 구원하리라고 믿은 사람들이 있었다. 음악을 들으면, 인식의 문을 넘어 새로운 세상으로 갈 수 있다고 절규하던 이들이 있었다. 1973년 ‘로큰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갈 때’ 그 옆에서 한숨지으며 손을 잡아주던 소년도 있었다, 15살의 윌리암. 청교도적인 생활을 강제하는 어머니의 곁을 떠난 누나는 레드 제플린, 크림, 지미 헨드릭스, 더 후의 LP판을 남겨주며 이렇게 말했다. “촛불을 켜고 <토미>를 들어보렴, 너의 미래가 보일 거야.”

가끔 지방신문에 음악평을 기고하던 고등학생 윌리암은 블랙 사바스의 공연에 갔다가 아직 스타덤에 오르지 못한 신진밴드 스틸워터와 친해진다. 마침 윌리암의 글을 본 <롤링 스톤>에서 연락이 오자, 윌리암은 스틸 워터의 순회공연에 참여하여 기사를 쓰기로 한다. 심리학 교수인 어머니가 그렇게 멀리 하라던 술과 마약, 그리고 섹스의 세계로 일찌감치 진입한 것이다. 윌리암은 그루피가 아니라 ‘밴드 에이드’라고 주장하는 소녀들과 서로 질시하면서도 어울리는 스틸 워터의 멤버들과 함께 길과 무대 뒤에서 성장한다. 그들의 한숨과 질투, 시기와 욕정까지 고스란히 지켜보며.

로큰롤의 세계는 ‘따뜻하지만 잔인한’ 곳이다. 애인을 두고 ‘밴드 에이드’인 페니 레인(골디 혼의 딸 케이트 허드슨이 연기한다)과 사랑을 나누던 기타리스트 러셀은 50달러와 맥주 한 박스에 그녀를 넘겨버리고, 비행기 추락의 위급한 상황에서 저마다 과거에 저지른 ‘범죄’의 참회를 하다가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세상과 마찬가지로, 로큰롤의 영토를 지키는 이는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다. 윌리암과 러셀 같은, 별다른 수식이 붙지 않는 그냥 음악인과 팬.

카메론 크로는 고등학교를 휴학하고 레드 제플린, 올맨 브러더스 밴드 등에 관한 기사를 <롤링 스톤>에 기고한 경험이 있다. 스틸 워터라는 밴드는 가공이지만, <올모스트 훼이모스>의 세계는 ‘이너 서클’이었던 카메론 크로가 과거에 보고 느낀 것들이 그대로 담겨 있는 자전적인 이야기다. 그 리얼함과 순수하면서도 냉정한 시선은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안겨줬다. 록그룹 하트 출신의 아내 낸시 윌슨은 남편과 함께 스틸 워터의 곡을 직접 만들었다. 김봉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