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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사슬 안에서 사는 인물들의 해학적 자기 극복 <물좀주소>

synopsis 아버지와 함께 아들 구창식(이두일)이 운영하던 공장이 빚더미에 올라앉고 어느 날 채권추심원들이 압류를 강행한다. 별안간 실업자가 된 구창식은 다른 직장을 찾는다. 그런데 밥벌이를 위해 그가 하는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채권추심원이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빚을 지고 자신처럼 위축되어 사는 사람들이다. 구창식은 그들을 쫓거나 그들에게 쫓긴다. 어린 싱글맘 선주(류현경)도 구창식이 돈을 받기 위해 쫓아다니다가 만난 사람 중 하나다. 그런데 두 사람은 점점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IMF 시대의 상징이 될 만한 인물들이 지금 이 영화 안에 서성거린다. 감독은 그때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대의 불행이 귀환함과 동시에 이 인물들도 그다지 구식으로 보이지 않고 지금 여기 와 있다. 다시 돌아온 경제적 난관의 되풀이 때문에 <물좀주소>의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의 실제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성실함과는 별개로 불행의 나락으로 빠졌고 영화에서는 구창식이 그렇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 안에서 그는 활기차다. 때로는 뻔뻔한데 귀엽다. 구창식이 처한 상황, 그러니까 자기가 채권추심원이면서 동시에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상황은 안쓰럽지만 그걸 보는 동안 웃음이 유도된다. 돈에 늘 쫓기는 자가 돈을 받으러 다니는 것이 직업이라니. 이 돈 받아내기의 인과를 통해 그의 동선과 관계가 정해진다. 영화는 주로 구창식과 싱글맘인 선주와의 관계를 중심에 놓고 전개한다. 선주는 처음에 그냥 집 나온 철없는 소녀로 보였지만 홀로 힘들게 아이를 키우며 산다. 다른 이들도 있다. 사채업과는 영 안 어울려 보이는 심수교라는 곱상한 청년이 돈을 갚으라며 구창식을 찾아오고, 구창식은 그리 악해 보이지 않는 조 사장을 찾아가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물좀주소>는 평면적이라는 느낌을 피하지 못한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만듦새가 미완임에도 어떤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들이 있는 건 좋다. 구창식이 사채업자들에게 협박을 당하고 난 뒤 궁지에 몰리자 무턱대고 조 사장의 딸 결혼식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는 대목은 가슴 한쪽이 찡해진다. 전반적으로 볼 때 <물좀주소>가 중점적으로 표현하려 하는 것은 불행한 돈의 사슬 안에서 사는 인물들의 해학적 자기 극복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의의는 다 같은 그 사회적 피해자들을 여기 카메라 앞에 불러모은 다음 그들이 서로 뭉쳐 놀게 하는 것이다. 그들로 하여금 심란한 그 위협을 떨치고 위협 자체를 해학적으로 극복해보자고 제안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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