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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영화 <스탠리 큐브릭의 로리타>
2001-11-29

“미성숙은 나를 매혹한다”

Lolita 1962년,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제임스 메이슨 <HBO> 11월29일(목) 새벽 2시45분

나보코브의 원작만큼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소설이 있었던가. 중년 남자의 한 소녀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그린 <로리타>는 영국 등지에선 판매가 금지된 적도 있었고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혹자는 이 소설을 “가장 외설적인 작품”이라고 힐난했지만 반대 입장에선 “위대한 예술”이라고 치켜세웠다. <로리타>는 포스트 모더니즘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꼽히며, 수려한 문체와 인간 내면의 쓸쓸함을 담아낸 원작자의 솜씨는 인정받았다. 나보코브 특유의 ‘파괴의 미학’이 문학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원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원작이 화제를 낳았을 당시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막상 원작자와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 영화 <로리타>를 위해 나보코브가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지는데 실제로 그의 작업은 영화에 거의 반영되질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영화를 본 뒤 나보코브는 큐브릭의 연출에 흡족해했다고.

<로리타>는 기이한 사랑이야기다. 여기엔 절대적인 도덕률도, 금기시되는 무엇도 없다. 미국으로 건너온 험버트는 하숙집을 찾는 중이다. 미망인 샤를롯의 집을 방문한 험버트는 그녀의 딸 로리타를 보고 마음이 끌린다. 로리타에게 차츰 집착하기 시작한 험버트는 미망인과의 결혼을 계획하는데 로리타 곁에 머물 욕심인 것. 대학의 객원교수가 된 험버트는 로리타와 둘이 살게 된다. 어느날 로리타는 불현듯 험버트의 곁을 떠나고, 시간이 흐른 뒤 험버트는 평범한 주부가 된 그녀를 만난다. 큐브릭 감독의 <로리타>는 원작에 비해 가벼운 느낌을 준다. 어린 소녀에게 사랑을 품은 중년 남자를 코믹한 관점에서 묘사하는 것. <로리타>는 1960년대 이후 큐브릭 영화의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한다. 어느 정도 평가받은 원작을 선택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소재를 취하며, 다양한 장르영화로 향하되 새로운 테크닉 실험에 골몰하는 양상을 보이는 거다. <로리타>에서 한 남자가 소녀 발가락에 패티큐어를 바르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 오프닝은 가장 섹시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