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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나미나라, 남의 나라
정재혁 2009-09-04

남이섬이 나미나라공화국이 됐다. 환경 순화적 사업과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강화하고자 국가형태를 표방하는 특수관광지로 이름을 바꿨단다.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이게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다녀오고 꽤 놀랐다. ‘한국에선 한국 사람, 나미나라공화국에선 나미나라 사람’이란 문구는 어이없었고, 섬 전체가 하나의 유원지가 되어버린 모습은 보기 딱했다. 남이섬. 참 예쁜 이름 아닌가. 왜 굳이 돈을 들여 바꿨을까.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는 전시, 하늘열차를 비롯 남이섬을 사방으로 가로지르는 놀이기구, 연고도 모를 각종 기념품 가게. 컨셉도 없이 그저 다양하게 벌어진 이벤트들이 남이섬을 흉물스럽게 꾸미고 있었다. 도대체 낙타 기념품 가게는 남이섬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다녀온 뒤에 듣기로는 야외 수영장 워터스테이지도 오픈했다더라. 드라마를 연애 기념품처럼 만드는 <겨울연가>의 윤석호조차 이젠 이곳을 찾지 않을 것 같았다.

비슷한 인상은 명동에서도 받았다. 최근의 명동에는 걸어다니는 통역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가슴에 빨간 이름표를 붙이고 외견상 일본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 도움을 자청한다. 노점과 행인만으로 이미 충분히 복잡한 그 거리에 주위를 살피느라 걸음을 떼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이 길을 막는 셈이다. 의도야 늘어나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한다는 거겠지만 알아서 기는 듯한 인상은 역시 보기 딱하다. 그저 관광정보센터 하나 잘 활용해도 필요한 편의는 충분히 제공된다. 관광까지 온 이들에게 이곳저곳 길을 묻는 수고로움을 돕겠다는 건가. 게다가 명동의 상인들은 일본어로 호객행위를 한다. 꽤나 넓은 오지랖이다.

워터스테이지를 즐기려고 남이섬에 가는 사람은 없다. 일본어로 물건을 사려고 한국에 오는 일본인도 없다. 관광산업은 관광 관련 편의시설을 늘리는 것이지 알맹이를 바꾸는 게 아니다. 한국이 더이상 한국이 아닐 때 한국을 찾는 사람은 없다. 필요한 건 한국을 충분히 즐기게 만드는 것이지 상대의 취향에 맞게 한국을 바꾸는 게 아니다. 신주쿠의 짝퉁처럼 변해가는 명동을 보고, 더이상 휴양지가 아닌 나미나라공화국을 보고 한국의 관광이 참 부끄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