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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영화 <친구>
2001-12-06

부산소년들, 사나이로

2001년, 감독 곽경택 출연 유오성

12월8일(토) 밤 10시

영화 <친구>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특정한 지역성의 강조, 복고풍의 영화라는 점, 극히 남성적인 장르영화라는 것. 이 밖에도 여러 원인을 들 수 있겠지만 영화 <친구>가 거둔 거대한 상업적 성공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아마도 <친구>는 국내 대중영화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지점’을 모색했다는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친구>는 외견상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미국 갱스터영화와 별다른 차별점을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이 영화가 한국적인 정서와 문화,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남성이 살아남기 위해 겪을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중요한 ‘통과의례’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 사회적 성공과 ‘홀로서기’를 위해선 이제까지 자신을 억압했던 부권과 맞서 싸워야 하고, 우정까지 사사로운 것으로 취급해야 하며 무엇보다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폭력’을 감내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야만적 현실이 그것이다. 영화 <친구>는 유오성과 장동건 등의 빼어난 연기로도 기억될 만하다.

폭력조직 두목을 아버지로 둔 준석, 장의사 아들인 동수, 그리고 상택 등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 고등학생이 된 준석 일행은 여고의 그룹사운드 ‘레인보우’의 공연을 보게 된다. 상택은 싱어인 진숙에게 순간 반한다. 준석은 진숙과 친한 사이지만 상택에게 그녀를 선뜻 소개시켜준다. 세월은 더 흐르고, 상택은 대학에 진학하지만 준석과 동수는 각기 마약과 감옥에 갇혀 있다. 다시, 준석은 조직의 행동대장으로 출세가도를 달리고 동수는 새로운 조직에서 세를 키워간다. 상택은 유학길에 오르기로 결심하고, 준석과 동수는 피할 수 없는 친구들간의 대결을 준비한다. 곽경택 감독은 <억수탕>과 <닥터K> 이후 <친구>로서 상업영화에도 일가견 있는 연출자임을 증명했다. 감독의 개인적이고 자전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 <친구>는 1970년대 이후를 경험한 세대엔 가까운 이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쾌감을 준다. 무난한 장르물이면서 관객과의 정서적 동일감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친구>는 한국 대중영화의 모델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