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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까’ 코미디에서 벗어난 평이한 드라마 <청담보살>
문석 2009-11-11

synopsis 청담동의 ‘포춘살롱’에는 용하기로 소문난 ‘청담보살’ 태랑(박예진)이 있다. 어머니에게서 신기를 물려받은 그녀는 운명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사람들의 미래를 예단한다. 운명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그녀 스스로도 마찬가지다. 태랑의 앞날은 어머니가 점지해준 사주의 사나이와 사랑하면서 지내도록 결정돼 있다. 그런데 우연한 교통사고로 만난 승원(임창정)이 그 남자일 줄이야. 이제 태랑은 가진 것 하나 없고 되는 일 하나 없어 보이는 승원을 사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태랑과 승원은 ‘운명의 사랑’이라고 말하기엔 좀 거시기한 커플이다. 태랑의 어머니가 일러준 ‘1978년 5월16일 밤 11시생 남자’ 승원은 지독한 찌질남이기 때문이다. 대학생 시절 짝사랑하다가 우연하게 만난 호준이 외려 운명의 남자처럼 보이는데도 태랑이 승원에게 굽신거리기까지 하면서 연을 맺으려는 것은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운명을 회피하려고 만났던 다른 남자들이 기이한 화를 입었던 탓에 승원은 태랑에게 그토록 절박한 것이다. <청담보살>의 재미는 바로 그 ‘거시기함’에서 비롯된다.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 억지로 맺어지려다 보면 자연스레 소동이 벌어지게 마련이니까. 게다가 승원은 쥐뿔도 없는 주제에 “아 나 스물다섯 이하로 만나본 적 없는데” 운운하며 튕기는 타입 아닌가.

<청담보살>에는 태랑과 승원의 엇갈리는 상황 말고는 딱히 재밌는 구석이 없다. 기발한 발상도, 뒤집어지는 반전도 없다. 한동안 유행했던 ‘나까’ 코미디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너무 했던 모양인지 몰라도 평이한 드라마에 가깝다. 곳곳에 숨겨뒀어야 할 웃음폭탄도 불발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곁가지에 해당하는 지혜(서영희)와 병수(김희원)의 이야기는 재미를 배가하기보다는 전반적인 흐름을 늦추곤 한다. 박미선, 현영, 박휘순, 에바, 김생민 등 쏟아지듯 등장하는 카메오들은 도리어 과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그럼에도 중반 이후 영화의 생동감이 살아나는 건 대부분 임창정의 공이다. 임창정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톤의 적절한 연기를 펼쳐 자칫 메마를 뻔했던 이 로맨틱코미디영화에 윤기를 북돋운다. 머릿속으로 계산만 해서는 도무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그의 코미디 연기는 이 영화를 빛낸 일등공신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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