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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이 가지는 의미 <좋아서 만든 영화>
이화정 2009-12-16

synopsis 버스킹 밴드, 거리에서 즉흥공연을 하는 팀 ‘좋아서 하는 밴드’는 서울, 제천, 부산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한다. 그러나 음악이 좋아서, 즐겁게 살아보자고 시작한 밴드생활이 평탄하지만은 않다. 거리에선 그들을 돈벌이하는 파렴치한으로 취급하는 사람과 맞닥뜨리기도 하고, 공연장에선 그들의 음악에 아랑곳하지 않는 관객도 있다. 게다가 4명의 멤버 중 밴드 자체의 결속력에 불만을 가진 멤버가 생겨난다.

‘좋아서 하는 밴드’는 거리에서 즉흥공연을 하며 음악하는 팀이다. 두명에서 시작한 멤버는 네명으로 늘었고, 관객이 지어준 밴드 이름 ‘좋아서 하는 밴드’도 생겼다. 음악에 꽂힌 네명의 젊은이는 그렇게 커다란 욕심 없이 거리공연을 지속한다. 영화는 9개월간, 좋아서 하는 밴드의 공연을 좇아가는 다큐멘터리다. 공연 중 곡을 들려주는 만큼 중요한 과정은 기타 가방 안에 관객의 관람료를 모금하는 일이다. 밴드의 리더인 조준호는 매번 ‘이 기타 가방은 저희가 음악만 해도 먹고살 수 있구나를 증명해주는 것입니다’라는 부연설명을 덧붙인다. 아무리 좋아서 하더라도 밥벌이가 되지 않는 한 활동은 불가능하다는 이해를 구하고자 함이다.

특정 밴드의 생활을 따라가지만, 결국 <좋아서 만든 영화>가 질문하고자 하는 것은 ‘좋아서 하는 일’이 가지는 의미다. 감독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생활을 위해 ‘밥벌이’가 되는 일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좋아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공개한다. 9개월의 기록 중 정작 밴드가 즐겁게 공연하는 날은 손꼽을 정도다. 대부분 마음먹은 대로 공연이 잘 풀리지 않아 속이 상한다거나, 멤버들 각자의 지향점의 차이에서 오는 불화 같은 좋지 않은 일화들이 펼쳐진다. 물론 밴드는 그 모든 난관과 불화에도 첫 단독공연을 하고 첫 음반을 발매하며 성장한다.

밴드의 생활은 제작비 1천만원으로 이들의 거리공연에 동참한 고달우, 김모모 감독이 만든 <좋아서 만든 영화>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문제다. 결국 음악이 좋아 밴드를 꾸린 ‘좋아서 하는 밴드’와 영화가 좋아 <좋아서 만든 영화>를 만든 이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성취한 사람이 된다. 영화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생각만큼 크지 않으니, 차라리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살가운 권유형으로 매듭지어진다. 청춘이라서 던질 수 있는 가장 진솔한 고민이자 듣기 좋은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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