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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이슈] 밥 앞의 평등
김소희(시민) 2009-12-28

어린이집에 온 산타 할아버지에게 태권도복을 선물받은 아이가 산타를 붙잡고 “우리집에도 꼭 오세요”, “밥 먹고 가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음, 일찍이 말문이 트일 때부터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에 “밥”이라고 꿋꿋하게 답했던 저력이 어딜 가겠니. 이런 내 아이와 이웃의 아이들이 먹을 급식비를 한나라당 도의원들이 전액 삭감시켜 심란하다. 안 그래도 비담이 죽어 괴로운데 이럴 때 꼭 이래야겠니?

경기도의회는 도교육청이 무상급식 확대의 1단계 방안으로 제출한 2010년도 초등 5·6학년 무상급식 예산을 모두 삭감하고, 대신 현재 차상위 120% 이하 초·중·고생에 해당하는 무상급식을 차상위 150% 이하(4인가족 월소득 200만원 이하)로 확대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언뜻 무상급식의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보이나, 이 돈은 교육감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실제로는 쓰이지 못한다. 또 기존 차상위 120% 이하는 건강보험료 증명서 등으로 대략 파악할 수 있지만 150%까지는 파악이 여의치 않아 해당 아이들이 ‘근거’를 대야 한다. 실제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11월 급식지원 조사서 양식을 바꾸면서 겨울방학 급식을 지원한 아이들 수가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기존 양식에는 인적사항과 담임교사와의 상담내용만 적으면 됐지만, 새 양식은 어느 계층에 해당하는지 밝히고, 소년소녀 가장인지, 저소득 한부모 가정인지, 보호자의 학대·방임에 놓였는지, 보호자가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지 등을 표시하도록 돼 있다. 관련 증빙서도 확인해야 한다. 한마디로 공짜 밥을 먹으려면 너의 가난의 실체와 사유를 증명하라는 식이다. 이 과정의 수치심을 견딜 수 없는 아이들은 급식을 포기했을 것이다.

경기도회의 이번 ‘난동’은 돈이 없어 굶는 아이들을 ‘선별’하는 게 아니라 ‘차별’하는 짓이다. 잘사는 집 학생의 급식까지 책임질 수 없다지만(그렇다면 왜 잘사는 집 아이들까지 의무교육은 시키는데?) 무상급식 확대 정책에 제동을 걸고 눈엣가시 같은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을 손보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중앙정부는 교육재정 탓만 한다. 당장 2010년도 4대강 사업 예산의 5분의 1(연 1조9천억원)이면 전국 초·중생 모두 아무런 차별없이 밥을 먹을 수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