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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CEO?
2001-12-11

AOL 타임워너 그룹 최고경영자 교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신드롬 여파인 듯

2001년 1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비스와 거대 미디어그룹의 합병을 주도한 AOL 타임워너 그룹의 최고경영자 제랄드 레빈(62)이 내년 5월 사임하고, 현 공동 최고 운영책임자(COO)인 리처드 파슨즈(53)가 그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라고 지난 12월5일 AOL 타임워너가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의 미디어 분석가 제시카 레이프 코헨은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타임워너가 중역급 인력층이 두터운 회사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예상보다 3년쯤 이른 은퇴`라고 레빈의 사임을 평했다.

AOL 타임워너의 차기 최고 경영자로 지목된 리처드 파슨즈는 제랄드 레빈을 도와 타임워너와 AOL의 합병협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 1995년 타임워너에 입사해 6년 만에 최고직에 올랐다. `딕(파슨즈)은 적절한 스타일의 리더십, 인간에 대한 이해, 동맹을 맺는 능력, 회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대중의 관심을 채워주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다`는 AOL 타임워너 통합법인 총수 스티브 케이스의 인물평처럼, 경영자로서 파슨즈가 가진 최대 무기는 친화력과 협상 재능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 브루클린 출신으로 올바니 로스쿨 졸업 뒤 넬슨 록펠러 뉴욕 주지사의 법률 자문을 시작으로 백악관 법률 자문을 비롯한 정계 경험과 다임뱅크의 최고 경영자직으로 마무리된 금융계 경력을 두루 쌓은 파슨즈는, 1995년 타임이 워너와 합병한 직후 사장으로 스카우트되었다. AOL 타임워너 합병 이후 AOL 출신의 로버트 피트만과 나란히 공동 최고 운영책임자가 된 파슨즈의 주요업무는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와 워너뮤직, 출판 등 콘텐츠 생산의 총괄.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그룹의 몸집을 불려가려는 제랄드 레빈 CEO의 팽창 전략에 발맞추어 파슨즈가 큰 몫을 한 부분은 합병 관련 협상주도와 경쟁 스튜디오 및 연방정부와의 관계 조율이다. 미국의 대다수 흑인 유력인사들과 달리 청년 시절부터 공화당원인 파슨즈는 정치 활동에도 부지런해 현재 차기 뉴욕 시장으로 당선된 마이클 R. 블룸버그의 시정 인수팀 멤버이자 부시 대통령이 설치한 사회보장제도 확충위원회의 공동의장직까지 맡고 있다. 파슨즈의 대외 교섭력과 설득력은 그가 저돌적인 스타일의 최고 경영책임자인 로버트 피트만을 누르고 이사회의 신임을 얻은 주요한 요인이라는 것이 외신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편 <월스트리트 저널> 등 일부 언론은 최근 온라인 비즈니스의 부진과 워너브러더스의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일으킨 신드롬이 맞물려 타임워너 출신의 중용을 가져왔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의미심장해 보이는 대목은 파슨즈의 CEO 임명이, AOL 타임워너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프랜차이즈를 통해 거대 합병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의 이상적 모델을 보여준 시기에 발표됐다는 점.

11월17일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개봉을 전후해 AOL은 32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다양한 해리 포터 프랜차이즈 링크로 유도했으며 <타임> <피플>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관련 기사와 광고로 실어날랐고 워너가 소유한 케이블채널과 무비폰 사이트도 붐업에 일조하며 ‘해리 포터’라는 황금알을 가운데에 두고 그룹 내의 여러 회사가 서로를 먹여살리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대내외적 ‘정치’와 다양한 부서 사이의 평형을 유지하는 데 능하다는 평을 듣는 파슨즈에게 AOL 타임워너의 이사회가 기대하는 것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성과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