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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리포트] 영화로 절망을 이기다
2001-12-11

LA지역 청소년 문화단체 HOLA, 할리우드 도움으로 10여편의 단편영화 제작

로스앤젤레스의 다운타운 근처 램파트지역은 1999년의 경찰 비리 스캔들로 유명한 곳이다. LAPD 램파트 경찰서 직원들이 비무장 용의자에 총기를 난사한 뒤 사건을 조작하고 결국 마약 밀매조직과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을 연상케 하는 이 스캔들이 아니더라도 이곳은 마약과 총탄냄새가 진동하는 이미지로 신문의 범죄뉴스를 가득 메우는 곳이다. 한데 최근 이같은 램파트의 이미지를 환하게 밝히는 일이 있었다. 이 지역의 청소년 문화단체인 HOLA(Heart of Los Angeles Youth)가 할리우드 영화산업계의 도움으로 10여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어낸 것.

HOLA는 89년 방과후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이 지역을 배회하는 것을 보다 못한 한 교회 직원이 자신의 교회문을 아이들에게 열어주면서 만들어졌다. 다섯명의 히스패닉 아이들의 방과후 놀이터로 시작된 이곳은 점차 미술, 스포츠, 글쓰기 등의 프로그램을 늘려나가면서 현재는 850명의 청소년 회원을 거느린 거대한 비영리 문화단체로 탈바꿈했다.

8mm 비디오카메라 한대 제대로 가지기 힘든 가정환경과 상급학교 진학도 꿈꾸기 어려운 이곳 아이들이 35mm 단편영화를 만들어낸다는 야무진 꿈을 키우게 된 것은 99년 이곳 작문 강좌에서 시나리오 워크숍을 진행하면서부터. 이 워크숍을 맡은 밴 헤켄은 결과를 전혀 기대하지 않은 채 무작정 파라마운트사에 기부금을 요청했고 의외의 승낙을 얻어냈다. 이에 고무받은 이들은 이후 뉴라인, 유니버설 등에서 현금을, 이스트만 코닥사에서 필름을, 파나비전에서는 카메라를 받는 식으로 영화 전 과정의 장비 및 현금 협찬을 받았고 할리우드에서 단편영화 및 애니메이션을 만든 경험이 있는 감독, 촬영, 조명인들의 노동력을 기부받아 2000년 7월 아이들이 쓴 시나리오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10여편의 청소년 영화들은 최근 미국 전국 TV네트워크인 KCET의 특별 프로그램으로 방영되고, 뉴욕 국제어린이영화제, 선댄스영화제, 쿠바 라틴아메리칸국제영화제에 진출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썼던 15∼18살의 청소년들이 대부분 직접 출연한 영화들은 우중충해보이는 램파트에 살아가는 아이들의 희망과 절망, 그리고 남들과 다르지 않은 꿈과 일상들을 그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한다. <시험>(The Test)이라는 12분짜리 영화를 쓰고 주연한 16살의 율리세스 샌도발은 `공부는 해서 뭐에 써먹으려고 하느냐`는 어머니의 무관심에 부닥쳐 심하게 갈등하지만 결국 때묻은 학력고사 참고서를 보고 울음을 터트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렸다. <파스쿠알>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한 다큐멘터리에서 파스쿠알 카릴로는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 다섯 식구가 살며 아침이면 화장실 차지로 전쟁을 벌이는 램파트지역 가정의 전형적인 삶의 초상화를 만들어냈다.<신비한 브리토>라는 애니메이션은 음식반입이 금지된 지하철에 브리토(멕시코 음식)를 들고 탄 15살 소년 래리 슬랙이 그르렁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고민하다 결국 한입 베어문 뒤 경찰에 쫓겨 추격전을 펼치는 내용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

희망이 불가능해보였던 이곳의 아이들이 만든 영화는 그들에게 성취감과 희망을 주었다는 의미 이상이다. 이 필름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한 고등학생은 자신의 영화로 미국 일류 영화학교인 플로리다 주립대에 장학생 진학을 약속받는 등 실제적인 성과도 얻어냈다.

LA=이윤정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