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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하는 지렁이들 <춤추는 꿈틀이 밴드>
김성훈 2010-02-03

synopsis 디스코 음악에 중독된 댄스 신동 ‘배리’. 어느 날 TV에서 슈퍼스타 콘테스트 소식을 본 그는 대회참가를 위해 친구들을 불러모은다. 얼굴과 몸매는 뛰어나지만 음치인 코러스 ‘글로리아’, 뚱땡이 베이시스트 ‘티토’, 헤비메탈 마니아인 기타리스트 ‘지미’, 그리고 배리의 직장 상사이자 밴드의 정신적인 지주인 드럼 ‘도나’ 등이 바로 그 주인공. 이들은 ‘춤추는 꿈틀이 밴드’를 결성해 땅속마을 최고의 스타를 꿈꾼다. 하지만 지렁이라는 이유만으로 꿈틀이 밴드는 탈락 위기에 처한다. 여기에 인기가수 토니의 방해공작까지 더해지면서 밴드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창조는 미처 상상하지 못한 것에서부터 나오는 법이다. 팔다리가 없는 지렁이와 능숙한 손놀림이 필수인 밴드가 어디 어울리기나 한가. 자칫 불협화음이 될지도 모르는, ‘지렁이가 밴드를 한다’는 설정이 덴마크산 애니메이션 <춤추는 꿈틀이 밴드>의 출발점이다. 지렁이는 긴 꼬리를 손 삼아 기타를 연주하고, 드럼을 치고,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른다. 다소 재치있는 시작과 달리 이야기는 밴드영화의 전형을 따른다. 주인공 배리와 친구들은 콘테스트에 나가기 위해 함께 모여 열심히 연습한다, 중간에 방해도 받고 좌절도 겪는다, 자신이 지렁이라는 사실을 원망하기도 한다, 결국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갈채를 받는다는 식이다. 그러나 세상을 원망하며 자책하는 징징거림과 신파가 없어서 부담이 없고, 열심히 노력하면 어떤 꿈이라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은 어린이 관객에게 적당하다.

이것이 <춤추는 꿈틀이 밴드>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밴드를 소재로 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음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선곡 능력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잭슨스의 디스코 명곡 <Blame It On The Boogie>를 비롯해 글로리아의 테마곡이자 진주의 <난 괜찮아>로 더 익숙한 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 그리고 스페인의 여성 듀오 바카라의 <Yes Sir, I Can Boogie> 등 1970~80년대 디스코 명곡들을 극의 곳곳에 포진시켰다. ‘꿈틀거리는 지렁이의 행동이 디스코 음악에 어울린다’는 감독의 아이디어가 십분 이해된다. 결국 이 작품은 어린이에게는 교훈을 주고, 학부모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가족애니메이션이다. 이케아, 펩시, 칼스버그 등 수많은 유명 브랜드의 CF감독으로 명성을 날린 토마스 보르히 닐슨의 첫 애니메이션 연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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