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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시골 생활기 <들어는봤니? 모건부부>
이주현 2010-02-03

synopsis 뉴욕의 능력있는 부동산 중개업자 메릴 모건(사라 제시카 파커)과 잘나가는 변호사 폴 모건(휴 그랜트)은 별거 중이다. 폴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고 틀어진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메릴에게 구애한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된 어느 날, 둘은 귀갓길에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졸지에 킬러의 먹잇감이 된다. FBI의 증인보호프로그램에 등록된 모건 부부는 뉴욕을 떠나 와이오밍주의 시골 마을에 보내지는데, 도시 생활에 익숙한 이들 부부에게 시골 생활이 만만할 리 없다.

미국 언론도 그러했듯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해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의 감상을 전하자면 ‘들어는 봤으니 됐고!’ 정도랄까. 마크 로렌스 감독의 전작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을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적잖이 실망할 테고, 전작을 보지 못한 이라면 지나치게 착한 이 영화가 싱거울지도 모르겠다.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면서 외딴곳에서 함께 지내게 되고, 서로 의지하게 되고, 결국 마음을 열고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는 공식. 영화의 큰 그림이 단순하고 선명한 건 좋다. 그런데 그 공식을 절묘하게 만들어주는 변수들까지 뻔하면 재미없다. 뼛속까지 뉴요커인 모건 부부가 수시로 야생 곰이 출몰하는 시골에서 생활하며 겪는 소동은 귀엽지만 식상하다. 곰 스프레이를 가지고 노는 일,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장총을 쏘는 일, 장작을 패는 일로 끌어낼 수 있는 재미에는 한계가 있다.

포인트는 휴 그랜트와 사라 제시카 파커라는 두 배우의 만남이다. 마크 로렌스 감독은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투 윅스 노티스>에 이어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까지 휴 그랜트를 캐스팅하며 그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준다. 휴 그랜트는 로맨틱코미디의 원조 왕자님답게 관록과 여유가 묻어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의외의 캐스팅이면서 적절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되는 쪽은 사라 제시카 파커다. 감독은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로 스타가 된 그녀의 이미지를 영화 초반 적극 활용한다. 그러고는 소도시의 대형마트에서 두장에 9.99달러하는 셔츠를 발견하곤 기뻐하며 장바구니에 담는 메릴 모건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골 생활에 우수하게, 건강하게 적응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휴 그랜트와 사라 제시카 파커 커플도 꽤 잘 어울린다. 예상치 못한 스파크가 일어난다고 할까. 다만 주름져가는 배우의 얼굴을 보는 기분이 묘하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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