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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겪고 있는 중년 부부 <커플 테라피: 대화가 필요해>
강병진 2010-02-24

synopsis 남편들의 우정으로 만난 네쌍의 커플이 주인공이다.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이 커플 가운데 제이슨(제이슨 베이트먼)-신시아(크리스틴 벨) 부부가 위기를 알린다. “우리는 곧 이혼을 결정해야 돼. 마지막으로 부부상담치료를 해주는 ‘에덴’이란 리조트에 가볼 예정인데, 단체로 가면 50% 할인이야.” 나머지 부부들은 절친의 부탁을 들어주는 한편, 간만의 휴가를 위해 여행을 결정한다. 문제는 에덴 리조트의 커플촌 프로그램상 ‘부부상담’이 우선이고 낮잠과 폭주, 폭식은 절제시킨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내들은 낭만을 찾으려 하는데, 만사가 귀찮은 남편들은 틈만 나면 자려고만 한다.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에는 다양한 시대를 살고 있는 수많은 커플의 모습이 담겨 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나 로버트 플래허티의 다큐멘터리부터 60, 70년대 TV드라마의 한 장면, 각종 기록영상이 지나가고 마지막에는 영화 속 네 커플이 등장한다. 말하자면, 이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보편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중년 부부의 한 유형인 셈이다. 더이상 서로에게 노력하지 않은 채 살고 있거나, 사랑이란 감정을 잃은 탓에 새 출발을 꿈꾸거나, 완벽한 결혼생활을 꿈꾸다 서로를 질식시키고 있는 부부들. 부부관객 가운데 이들에게 공감하지 못할 부류는 없을 것이란 제작진의 자신만만한 태도다.

영화의 이러한 공감전략은 꽤 곱씹어볼 만한 대목을 내놓고 있다. 상담치료를 통해 그들은 조금씩 각자의 문제점을 짚어가고, 문제가 없는 줄 알았던 커플도 문제를 발견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함께 각본을 쓴 빈스 본과 존 파브로가 질퍽한 웃음을 빼놓을 리 없다. 아니, 사실 <커플테라피: 대화가 필요해>(이하 <커플테라피>)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끈적한 농담과 상황이다. 당연히 웃음의 포인트는 아직 자라지 않은 남편들의 몫이다. 하지만 <커플테라피>는 정작 이들이 다시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에는 무심한 태도를 보인다. 부부들은 별다른 계기없이 화해한다. 대화가 필요해 보이지만 이들은 그다지 많은 대화를 나누지도 않은 채 갑자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사랑을 다짐해버린다. 계기가 있다면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취했다는 정도? 차라리 대규모의 소동극으로 마무리됐다면 나았겠지만, 밋밋한 해결 덕분에 웃음기의 농도마저 줄어들었다. 부부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문제점을 공감하겠지만, 해결책을 모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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