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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적인 멜로드라마 <아쉬람>
강병진 2010-02-24

synopsis 8살짜리 여자아이인 쭈이야(사랄라)는 어느 날, 과부가 됐다. 파티인 줄 알았는데, 그게 결혼식이었고 남편이라는 아저씨가 죽었기 때문이다. 힌두교의 교리상 평생 수절을 해야 하는 쭈이야는 과부들의 사원인 아쉬람에 들어간다. 엄마만 찾는 아이를 보살펴주는 건 중년의 과부 샤쿤딸라(심마 비스워스)와 빼어난 외모 탓에 매춘을 강요받는 깔랴니(리사 레이)다. 어느 날, 도심에서 길을 잃은 쭈이야는 법학가인 나라얀(존 에이브러햄)의 도움을 받고, 이 일로 만난 깔랴니와 나라얀은 묘한 감정을 나눈다. 하지만 여기는 과부가 재혼을 생각만 해도 죄가 되는 1930년대의 인도다.

한국의 관객이 보기에 <아쉬람>은 매우 통속적인 멜로드라마다. 수절을 강요받는 과부의 인생은 사극에서, 미망인을 사랑하는 지체 높은 집의 자제는 일일드라마에서 보는 것이고, 매춘을 할 수밖에 없었던 깔랴니가 겪는 비극은 막장드라마에 버금간다. 하지만 이들은 신분상승의 욕망이나 삼각관계의 갈등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게 아니다. <아쉬람>을 뻔한 이야기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아쉬람>을 연출한 디파 메타는 인도에서 여러 사고를 친 여성감독이다. 1996년작 <파이어>는 레즈비언이 등장한 탓에 상영이 금지됐고, 그해 인도에서 역사상 가장 높은 해적판 DVD 판매 실적을 올렸다. <아쉬람>을 촬영할 때는 극우주의자와 힌두교 원리주의자들이 일으킨 폭동과 시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심지어 시위대 중 한 사람은 갠지스강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아쉬람>이 힌두교의 불합리한 교리와 여성의 처우를 드러내려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영화의 배경은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과 간디의 진보적 사상이 인도 전역에 퍼졌던 1938년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 변화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습관은 변하지 않는다. 과부와 몸만 닿아도 부정이 탄다고 여기는 사람들, 하층민과의 매춘이 그들에게는 영광일 것이라는 브라만 계급, 영화는 2천년 전부터 내려온 교리와 아이의 천진난만함을 충돌시켜 이러한 관습에 균열을 일으킨다. 수행에 정진하던 샤쿤딸라는 세속적 욕망과 종교의 불합리함을 깨닫는다. 과부와 매춘부로서의 삶을 받아들였던 깔랴니는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뜬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 소개된 다른 인도영화처럼 화려한 춤과 노래로 끝나는 건 아니다. 웃음과 설렘이 지나가고 숨겨진 비극이 드러난 뒤, 영화는 “신이 진리가 아니라 진리가 신”이라는 간디의 가르침을 남겨놓는다. 당시로부터 약 70년이 지난 지금의 인도 여성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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