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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잇] 얼음 위의 체스, 컬링의 세계
신두영 2010-03-04

권인근의 웹툰 <반짝반짝 컬링부>

지금은 김연아 시대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여자피겨스케이팅. 2월24일에 열린 쇼트프로그램 경기 시청률이 낮시간인데도 30%를 넘었으니 말 다했다. ‘김연아 민방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거리는 한산했고, 주식 거래량도 뚝 떨어졌다고 한다.

메달과는 무관하지만 동계올림픽에는 재밌는 종목이 꽤 많다. ‘얼음 위의 체스’라 불리는 경기가 있다. 컬링(Curling)이다. 얼음 위에서 돌덩이를 던지고 열심히 빗자루질하는 다소 우스꽝스럽고 생소한 종목인데 대한컬링경기연맹의 경기규칙에 따라 좀더 제대로 말하면 스톤을 투구하고 브러시나 브룸으로 스위핑을 해서 상대방 스톤보다 자신의 스톤을 하우스 안의 링 가까이 넣는 경기다. 설명을 보탤수록 더 헷갈린다. 그래서 미디어다음에서 연재하는 <반짝반짝 컬링부>를 소개한다. 컬링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반가운 작품이다. 미디어다음이 주최한 ‘게릴라공모전’ 당선작으로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9회 연재되었다. ‘명문고등학교’의 기간제 교사 박남열이 어떻게든 계약을 연장하고 정식교사가 되고자 무심코 던진 컬링부 창설 아이디어가 얼렁뚱땅 실현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반짝반짝 컬링부>는 컬링에 대한 친절한 해설을 바탕으로 스포츠만화의 전형을 따른다. 컬링이 뭔지도 모르지만 숨은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모집하는 과정이나 여자 매니저의 등장은 익숙하다.

익숙함 속에서 빛을 발하는 요소는 과하지 않은 소소한 개그다. 컬링부의 회식장면에서 선생님의 얇은 주머니사정을 모르는 부원들이 쇠고기를 시키는 장면이나, 바둑알 미니 컬링 내기 이후 피자를 주문하는 장면 등은 큰 웃음은 만들지 못하지만 피식피식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런 재미가 작품의 완성도와 흡입력을 높인다.

구성의 묘미도 있다. 2화의 도입부는 세로로 긴 웹툰의 화면 스크롤로 표현하기 쉬운 컬링 경기를 잘 묘사했다. 기간제 교사의 애환을 표현한 박남열의 회상장면은 눈물을 컷 전환의 도구로 삼아 인상적이다.

아직까지 해외배송한 스톤 등 컬링도구가 도착하지 않아 컬링부원들이 화장실에서 열심히 빗질만 하고 있지만 앞으로 펼쳐질 이들의 경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