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 와시코스카. 팀 버튼의 새로운 뮤즈로 발탁된 이 호주 출신의 아가씨는 원더랜드만큼이나 난감한 이름의 소유자다. 앞으로 자주 불리게 될 것을 예상했던지, 위키피디아는 독자들을 위해 ‘와시코스카’에 대해 무려 네 종류의 발음기호를 제공하고 있다. 음지에 서식하는 루이스 캐럴 오타쿠들이야 이 괴상한 이름의 여자가 그들 마음속의 앨리스를 망치는 건 아닌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겠지만, 어쨌든 이상한 나라를 여행할 소녀의 이름으로 ‘와시코스카’만큼 적합한 명칭을 찾기도 힘들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와시코스카는 열아홉살이 된 앨리스를 연기한다. 그녀의 앨리스는 퉁명스러운 성격과 여전사다운 호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아예 괴짜이거나 겁에 질려 도망다니던 기존의 앨리스들과는 분명 다른 해석이며, 대담한 변화다. 너무 익숙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부담은 있었으나, “영화적인 설정이 원작에 얽매이지 않아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오히려 가장 큰 장애물은 거대한 초록 스크린이었다. 언더랜드(팀 버튼 영화 속 가상왕국)의 그로테스크한 풍경은 대부분이 CG였다. 많은 장면에서 언더랜드를 홀로 헤매야 했던 와시코스카는 아무것도 없는 초록방에서 테니스 볼과 끈적거리는 테이프를 가지고 자기만의 싸움을 시작했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이 극한의 상황은 팀 버튼이 와시코스카를 앨리스로 캐스팅하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우리는 현실적인 앨리스를 원했어요. 그러려면 배우가 내면에 많은 걸 담고 있어야 하는데, 미아의 장점은 그녀의 지적이고 풍요로운 내면에 있었죠.” 어린 시절, 사진가 어머니와 화가 아버지를 따라 유럽 전역의 갤러리를 방문해 문화를 익혔던 와시코스카의 내공이 결정적인 순간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낯선 호주 소녀가 2010년 디즈니의 얼굴이 된 건 우연이 아니라 실력이라고.

가능성 넘치는 배우를 할리우드가 그냥 둘 리 없다. 앨리스가 되기 전 <HBO>의 드라마 <인 트리트먼트>와 영화 <디파이언스>의 작은 배역을 맡았던 와시코스카의 스케줄은 이미 2011년까지 예약이 끝났다. 지금은 긴 머리를 싹둑 자른 채 구스 반 산트의 <레스틀레스>(Restless)의 시한부 인생 소녀로 살아가는 중이며, 3월부터는 캐리 후쿠나가가 연출하는 <제인 에어>의 제인 에어를 맡아 촬영한다. 또 한명의 젊은 배우가 할리우드의 달콤한 늪에 빠진 걸까? “아뇨, 전 모든 촬영이 끝나면 호주의 집으로 갈 거예요. 세상의 중심은 영화가 아니거든요. 사람들은 다른 것도 얘기하며 산답니다.” 영화 속 캐릭터로만 살기엔 이 스무살 소녀의 호기심이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