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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아바타>가 베낀 그림이라고?
장영엽 2010-03-18

부제:<로저 딘 회고전: Dragon’s Dream>/3월25일~6월6일/대림미술관/02-720-0667

, 1984

, 1969, Yes의 ≪An Evening of Yes Music Plus≫ 수록

표절 의혹 지수 ★★★☆ 오리엔탈 지수 ★★★★

표절 논란은 음악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술계와 그 시각적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탐해왔던 영화계 사이에도 종종 표절 논란이 있어왔다.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 개봉작을 예로 들어보겠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와 프랑스의 게이 커플 아티스트 피에르 & 쥘(Pierre et Gilles) 사이의 논란이 있었다. 알다시피 <친절한 금자씨>의 포스터는 배우 이영애가 화려한 꽃장식을 배경으로 보석 같은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포스터가 피에르 & 쥘의 키치한 그림과 닮았다는 의혹이 네티즌으로부터 제기됐고, 이에 포스터를 작업한 관계자가 나서 “피에르 & 쥘의 작업들에서 영감을 가져온 게 맞다”고 확인해준 사례가 있었다. 최근에는 <아바타>가 논란이었다. 포스터 사진을 비롯해 판도라 행성의 특정 모습이 유명 커버 아티스트 로저 딘의 작품과 유사하다는 거다. 로저 딘쪽에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머지않아 이 뉴스가 더 뜨거운 화젯거리로 떠오르는 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로저 딘의 작품은 과연 <아바타>의 작품과 닮았나. 반갑게도 한국 관객은 그 논란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로저 딘의 회고전이 3월 말 한국 최초로 열리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미리 감상한 개인적인 소견을 얘기하자면, 표절 논란이 이해될 정도로 <아바타>와 상당 부분 닮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허공에 떠 있는 섬의 모습이나 이크란을 닮은 공룡새 그림, 기묘한 모양의 바위들은 주의를 기울여 보지 않더라도 <아바타>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한 느낌을 준다. 여기서 잠깐 덧붙이자면, 그 표절 논란을 제기한 건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예스’(Yes)나 ‘아시아’(Asia)의 팬들일 가능성이 높다. 로저 딘은 예스와 아시아의 앨범 재킷을 디자인해 유명세를 탄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전시를 보기 전에 그의 작품을 먼저 확인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예스의 ≪An Evening of Yes Music Plus≫ ≪In A World≫ ≪Yessongs≫ 앨범 재킷과 아시아의 ≪Alpha≫ 앨범 재킷을 검색해보시길. 물론, 갤러리에서 큰 그림으로 감상하는 게 더 와닿겠지만 말이다.

사실 <아바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로저 딘의 작품들은 꽤 흥미롭다. 유년 시절을 홍콩에서 보낸 까닭에 그의 작품에는 동양적 정서가 짙게 배어 있다. 용을 즐겨 그리고 현란한 색깔을 사용하는 한편, 날개 달린 코끼리나 비현실적인 초원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 그의 주특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로저 딘의 커버 아트를 포함해 일러스트레이션과 드로잉, 오리지널 페인팅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딘이 작업한 버진레코드사의 레이블 로고와 테트리스 게임 로고 또한 함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