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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이슈] 게임의 규칙
김소희(시민) 2010-03-22

조두순에게 “반성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어 “반성하고 있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은 이귀남 법무부 장관. 와우 부라보. “장관이 독거실 앞에서 직접 수형자와 대화를 나눈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법무부 관계자가 부연설명도 했던데, 흉악 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난데없이 사형집행 의지를 밝히고 맥락없이 5년 전 없앤 보호감호제도를 부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야말로 법무장관의 언사치고는 매우 드문 일이다. 어이없기로 말이다.

이 장관이 ‘단독 플레이’로 이렇게 이름을 떨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반년 전 장관 임명 때부터 불법·비리 의혹 내정자들 틈에 언급되었고, 그 뒤에는 주로 ‘검찰이 주무장관을 허수아비 취급한다’거나 ‘이건희 사면’, ‘한명숙 수사, 장관은 언론 탓’식으로 주인공이 따로 있는 보도에 끼어 등장했다. 귀한 이름, 늘 남의 이름 뒤에 붙으니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하지만 하필 혜성처럼 들고 나온 대책이 여당 안에서조차 뭔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반응을 얻고 있는 대책이라는 점에서 살짝 연민이 든다. 국민의 법감정, 국제 여론이라는 게 정권의 부침과는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걸 경기를 뛰어본 지 너무 오래되어 잊으신 게 틀림없다.

김재철 MBC 사장이 자신을 ‘(MBC의) 좌파 청소부’라고 명명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발언을 보도한 <신동아>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특정 인사의 말만 듣고 사실 확인도 없이 허위 보도했다”는 게 이유다. 정작 그 특정 인사에게는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용꼬리 용용’ 정리하고 말았는데. 그 특정 인사인 김 이사장은 “김재철 사장,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 맞고 깨진 뒤 좌파 정리했다”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에서 MBC 인사에 권력의 개입이 상당했음을 자랑했다. 비록 기사가 나간 뒤에는 “(김 사장이 방문진이 골라준 본부장들을 인사하지 않아) 감정이 격해져 과장했다”, “편하게 백그라운드로 한 얘기”라며 급수습했으나, 아 꾸질꾸질. 술냄새 진동하는 이 인터뷰 내용은 폭발성있는 주제의식과 생생한 표현력으로 볼 때 녹!음!돼 있을 게 틀림없다. 어쨌든 김 이사장은 요즘 워낙 공을 날로 드시느라, 앗 죄송, 워낙 쉬운 경기를 치르시느라 규칙을 살짝 잊으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