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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처럼 진행되는 연애사 <불타는 내마음>
이주현 2010-03-24

synopsis 병열(최요한)은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보람(김미희)을 짝사랑한다. 용기를 내 보람에게 고백하지만 그녀에겐 이미 남자친구가 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하늘이 병열의 기도를 들은 것인지 둘은 뜨겁게 연애를 시작한다. 그리고 또다시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병열은 여전히 취업준비생이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머리카락도 빠졌다. 직장인 보람은 대머리 남자친구를 직장 동료들에게 떳떳이 밝히지 못한다. 그렇게 둘의 관계는 점점 소원해져만 간다.

홍보자료에 따르자면 <불타는 내마음>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등장하는 ‘코믹난장멜로’다.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둘의 연애사가 질서도 논리도 없이 난장판처럼 진행된다는 이야기다. 내러티브의 무질서와 무논리가 이 영화의 결함은 아니다. <불타는 내마음>은 3년 동안 한 여자를 짝사랑한 한 남자가 3년 뒤 그녀와 연애를 시작하고 또 3년 뒤 권태기를 맞이하는 과정을 시간대별로 점프하며 보여준다. 그에 따라 인물들도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며 등장한다. 영화는 그런 과정에 웃음의 포인트를 심어놓는다. 처음엔 머리숱이 많던 남자주인공이 갑자기 대머리로 등장하는 식이다.

최원섭 감독은 2007년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동일한 캐릭터를 다룬 <보람이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로 관객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신인이다. <불타는 내마음>은 <보람이…>의 좀더 긴 확장판이다. 단편에서 보여줬던 절묘한 개그 코드가 장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다만 장편으로 길게 늘리면서 덧붙인 슬랩스틱코미디와 상황 개그들이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보람의 집에 숨어 있는 남자친구가 소변을 참지 못해 박카스병에다 실례를 하고, 그 박카스병을 보람의 아버지가 마시는 장면이 있다. <지붕 뚫고 하이킥!> 같은 시트콤에서도 종종 활용되는 낡은 에피소드의 반복이 진부하다.

6년 넘게 취업 준비만 하고 있는 20대 대머리 남자주인공 병열의 캐릭터만큼은 썩 호감이 간다. 멜로영화에선 절대 등장하지 않을 “스트레스 주지 마. 머리 빠져” 같은 대사를 듣는 것도 은근한 재미가 있다. 재미있게도 코미디영화를 만들어본 적 없는 두 감독이 <불타는 내마음>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불타는 내마음>은 <시월애> <그대 안의 블루>의 이현승 감독이 기획했고, <내 사랑 내 곁에> <너는 내 운명>의 박진표 감독이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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