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이효리 4집 수록곡 절반은 제가 작곡했죠"
2010-04-22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이효리의 4집이 인기 걸그룹들을 제치고 온ㆍ오프라인 판매량에서 선두에 나섰다. 수록곡 다수가 각종 음악차트 1위는 물론 상위권에 랭크되며 음반 판매량도 더불어 상승세다.

보통 타이틀곡 한곡만 주목받기 마련이지만 4집 곡 중 먼저 공개된 '그네'를 비롯해 빅뱅의 대성과 듀엣한 '하우 디드 위 겟(How did we get)', 애프터스쿨의 베카와 포미닛의 전지윤이 피처링한 '브링 잇 백(Bring it back)' 등도 큰 인기다.

음반 재킷을 살펴보니 이 곡들을 비롯해 총 6곡을 작곡한 '바누스'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그 곡들은 한 사람이 썼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장르의 폭이 넓다. 해외 작곡가로 착각할 수 있지만, 유학파 출신 국내 신예 작곡가로 이효리의 음반을 통해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된 셈이다.

바누스라는 필명을 쓴 작곡가의 본명은 이재영(36)씨. 작곡가 7명이 소속된 작곡가 집단 '바누스 바큠'의 리더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그는 세련된 음악들이 연상시키는 이미지와 달리 소탈하고 쑥스러움도 많이 탔다.

이씨는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4학년 때 중퇴하고 작곡을 공부하고자 2000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영국 '길드홀 스쿨 오브 뮤직 앤드 드라마(Guildhall School of Music and Drama)'에서 재즈 작곡을 전공하며 학사와 석사를 마쳤고, 독일 쾰른국립음대에서 재즈 작곡으로 다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트롬본과 건반을 다뤄 2004년에는 영국, 일본, 한국인이 멤버인 재즈 밴드로 영국에서 활동하며 BBC 재즈 콩쿠르에서도 입상했다.

그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오자와 세이지 씨를 보고 지휘를 하고 싶어 음악을 시작했다"며 "대학 1학년 때 목표는 클래식 지휘자였다. 법대 재학 중에도 음대 시험을 봤다. 4학년 때 학비가 오르자 그 핑계로 중퇴했고, 6개월 후 작곡 공부를 위해 무작정 영국으로 떠났다. 당시에는 프로그레시브 음악을 좋아해 재즈를 전공하려 떠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이씨는 해외 뮤지션들의 음반에 간간이 참여했고, 지난해부터는 해외 유명 팝스타들로부터 곡 요청을 받아둔 숨은 실력파였다.

그는 "2002년 영국 그룹 본드의 곡 '리버탱고(Libertango)'를 편곡한 게 발표된 첫 작품이었다"며 "그룹 멤버가 우리 학교 출신이어서 교수님의 추천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7년 귀국해 국내에서 활동하려는데 '너무 팝스럽다'며 내 곡이 팔리지 않더라"며 "영국 BBC 녹음 스튜디오에서 함께 일했던 친구의 도움으로 현지 한 음반기획사와 연이 닿아 지난해 영국 그룹 블루에게 곡을 줬다. 벤 아담스, 데클란 갤브레이스 등 영국 가수들에게 준 곡도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보통 해외 가수들에게 곡을 주면 녹음부터 발매까지 총 2-3년이 걸리더라"고 덧붙였다.

이후 영국의 음반 관계자가 미국 소니뮤직에 이씨의 데모곡들을 들려줬고, 소니뮤직에서 데모곡 중 몇곡을 마음에 들어했다. 덕택에 소니뮤직에서 음반을 유통하는 맥스웰, 휘트니 휴스턴, 비욘세 등이 곡을 요청했거나, 녹음 작업이 예정된 상태다.

이효리에게 곡을 준 것도 우연이었다. 바누스 바큠에 소속된 작곡가 한지선 씨가 이효리의 소속사인 엠넷미디어 관계자와 친분이 있어 이씨의 데모곡을 들려준 것이다.

"제 곡 중 이효리 씨와 잘 맞는 곡이 있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곡을 주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이효리 씨 녹음이 끝났다고 해 마음을 접었죠. 그런데 한지선 작곡가의 도움으로 인연이 됐고, 제가 가진 180여곡을 모두 다 줘버렸어요. 골라보라고요."

이씨는 이효리가 선곡한 곡이 의외였다고 했다.

그는 "의외의 곡은 '그네'와 '필 더 세임(Feel the same)'과 '하우 디드 위 겟'이었다"며 "노래가 이효리 씨의 음색과 잘 어울려 작곡가로서 결과물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과 해외 가수들이 선곡하는데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후렴구가 한번에 귀에 들어오는 곡을 좋아하지만, 해외에서는 전체적인 리듬의 비트, 사운드가 선곡의 기준이더군요. 해외에 보내려고 쓴 곡을 국내 가수에게 주면 사운드는 좋다면서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더라고요. 하하."

이씨는 바누스 바큠이라는 작곡가 그룹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멤버들이 작곡하고, 길미, 시온 등의 보컬이 참여한 음반도 발표했다.

그는 "지금은 고인이 된 작곡가 이영훈 씨를 좋아한다"며 "대중음악을 하면서도 연주곡이 담긴 소품집을 내셨는데 내가 꿈꾸던 작곡가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한 다음날 해외로 출국한다고 했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지로 해외 가수들의 녹음 작업을 위해 떠난다고 했다. 앞으로 국내외 해외를 오가며 작업할 그의 비행기 마일리지는 그동안에 비해 몇갑절로 쌓일 것으로 보인다.

mimi@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