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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구] 이사했을때도 도저히 못 버리겠더라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0-04-28

창간호부터 <씨네21>을 구독하고 보관하고 있는 독자 서대구씨

“우와!” 서대구씨의 서재에 들어가자마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749권(인터뷰 당일까지 750호는 발송되지 않은 상태였다)이 차례대로 꽂혀 있는 책장의 위용 때문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은 건 <씨네21> 창간호. <씨네21> 자료실에도 없는, 그야말로 초특급 레어아이템이 여기에 있었다. 기자가 연방 흥분하며 눈독을 들이자 서대구씨는 “오랫동안 소중하게 보관해왔다”며 경계했다. 상계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서대구씨는 15년 전 <씨네21>이 창간할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정기구독을 해온 든든한 독자다. 상원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는 그의 아내 송선후씨와 함께. 창간15주년을 맞아 <씨네21>은 오랜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

-<씨네21>과의 첫 만남을 기억하나. =서대구: 1995년 한겨레신문사에서 <씨네21>을 창간하기 위해 잡지 이름을 공모했을 때부터 알았다. 그때 응모는 못했고, 여러 후보의 이름들이 나온 것을 봤다. 그래서 ‘씨네21’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잘 안다. 창간하자마자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당시 영화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물론 영화잡지는 더러 있었지만, <씨네21>만큼 진보적인 의식을 안고 영화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영화잡지는 없었다.

-원래 영화에 관심이 많았나. =서대구: 밀양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TV는커녕 전기도 안 들어오던 시골에 천막 영화관이 1년에 한번씩 와서 일주일 동안 영화를 상영했다. 그때 우리 집에서 상영했는데, 저녁마다 영화를 모두 봤다. 그래봤자 1년에 7편밖에 못 봤지만. 극장을 본격적으로 찾은 것은 고등학생 때부터다. 매주 일요일 아침, 완행열차를 타고 부산 남포동에 가서 개봉작 3개를 순서대로 보고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곤 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영화관을 모두 다녔다. 서울 지리를 영화를 보면서 익혔다. (웃음) 당시 영화정보는 주로 일간지에서 얻었는데 대부분 상업영화에 대한 것이었다. 그 덕에 성룡, 이연걸 등이 나오는 무협영화를 주로 봤는데, <씨네21>이 나오면서 영화 보는 눈이 넓어졌다.

-15년 동안 정기구독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송선후: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책이 제때 안 오면 불안해하고 성질내고 그런다. (웃음) =서대구: 못 받은 적이 두번 있었다. 배달사고거나 아파트의 누군가가 가져갔을 것이다. 한권이라도 빠지면 전화를 해서‘몇호가 없다’고 요청했다. 고백하자면 한번은 안 왔다고 하고 두권 받은 적도 있다. 몇호 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 한권 더 모으고 싶어서 그랬다.

-<씨네21>의 어디가 그렇게 좋았나. =개봉영화를 다 볼 수 없잖나. 그러나 <씨네21>을 통해 대부분의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기자나 평론가들이 쓴 글을 읽으면서 영화를 보는 생각도 기를 수 있었고. 극장 가기 전에 <씨네21>의 평을 보고 나선다. 보고 와서 한번 더 읽으면서 내 생각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한다. 그러면서 영화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사할 때 버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 =서대구: 2003년에 한번 이사했는데 집사람이 다 버리라고 했다. 그런데 도저히 못 버리겠더라. =송선후: 안 그래도 책이 굉장히 많은데, 잡지 이런 게 다시 꺼내볼 가치가 있는지…. =서대구: 당신은 모르겠지만 수시로 꺼내보면서 참조한 적이 많다. 수업에서 어떤 영화에 대해 설명해야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유용하게 써먹었다. 지금도 가끔씩 찾아본다. 나이 들면 꺼내보는 재미가 더 있을 거다. 그런 기대감으로 지금 모으고 있는 거고.

-당시 <씨네21>을 사수하기 위해 어떻게 했나. =함께 모았던 월간 <>, <우리시>를 버렸다. (웃음) 다 들고 가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되니까. 그때 이거 버렸으면 오늘 인터뷰도 없었겠지. (웃음)

-지금까지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무엇인가. =서대구: 기사보다 코너가 기억에 남는다. 옛날 잡지는 기억이 잘 안 나고, 최근의 ‘머스트시’를 꼽고 싶다. 이주에 꼭 봐야 할 영화에 대한 소개글인데 바쁘더라도 이건 꼭 챙겼다. 이번에 개편하면서 없어졌다고? (잠시 머뭇거리며) <씨네21>은 처음부터 끝까지 글자 한 토씨도 빼놓지 않고 다 읽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모든 코너가 소중하다. =송선후: 20자평. 이건 절대로 없어지면 안된다. 보러 갈 영화를 선택할 때 별점을 참조하기 때문이다. 영화 보고 나서 대체로 별점에 공감했다. 옛날에는 20자평 아래에 상영관 정보도 함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없어졌더라. 일일이 인터넷을 통해 상영관을 찾아야 해서 불편하다.

-15년 동안 수많은 기자들이 거쳐갔다. 특별히 좋아한 기자가 있었을 것 같다. =서대구: 김영진 기자. 어떤 프리뷰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를 때가 있는데, 그의 프리뷰는 쉽고 머리에 잘 들어왔다. 남동철, 조선희 전 편집장도 생각난다. 사진은 손홍주 기자. 사진 보면 죄다 손홍주였으니까. (웃음)

-지금까지 읽으면서 <씨네21>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 것 같나. =서대구: 우선, 책 크기가 갈수록 작아진다. 종이 값의 영향일 것이다. 예전에는 시의성을 떠나 고전영화나 예술영화들을 많이 다루었는데, 요즘은 시의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그만큼 상업적인 성격의 기사도 많고. 가끔은 시의성에서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씨네21>의 오랜 동료로서 쓴소리 한마디 해달라. =서대구: 15년 동안 단 한번도 쓴소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 없다. <우리교육>이라는 월간지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기획회의를 할 때마다 어찌나 머리가 아프던지. 월간지도 이 정도인데, 주간지는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 싶다. 오히려 적은 인력으로 이렇게 잘 만들어주고 버텨줘서 항상 고맙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래도 <씨네21>의 발전을 위해 아쉬운 점을 얘기해달라. =서대구: (웃음) 우리 같은 장기구독자를 신경써줬으면 좋겠다. 정기적으로 독자를 모집할 때 선물을 주잖나. 우리한테는 안 주더라. 구독하고 있으니까 내버려두는 거지. 구독을 끊었다가 신청하는 게 오히려 득일 때가 있다. 제발 나 같은 평생 독자를 잘 관리해줬으면 좋겠다.

-<씨네21>을 평생 정기구독할 생각인가. =서대구: 당연하지. 평생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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