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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세 가지 사연의 첫사랑 <첫사랑 열전>
김성훈 2010-05-05

누구는 아쉬움만 남는다고 하고, 또 누구는 여전히 설렌다고 한다. 이처럼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저마다 다르다. 세편의 단편들이 모인 옴니버스영화 <첫사랑 열전> 역시 각기 다른 모습의 첫사랑을 그린다. 첫사랑을 하면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밑바닥 인생을 청산하려는 의지를 가지게 되고(<종이학>), 말 못할 어떤 사연(?)으로 어쩔 수 없이 이별하지만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재회하고(<한번만 다음에>), 그리고 이미 지나간 첫사랑 때문에 안타까워한다(<설렘>).

각기 다른 세 가지 사연을 그리고 있는 <첫사랑 열전>은 세편의 완성도 또한 제각각이다. <종이학>은 어딘가에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다. 구질구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남자가 첫눈에 반한 여자를 위해 애쓰는 내용은 그간 드라마나 뮤직비디오에서 얼마나 우려먹었던가. 보는 내내 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다. <한번만 다음에>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장점은 영화의 첫 장면이다. 여관 앞에서 한 커플이 승강이를 벌인다. 남자는 들어가자고 막무가내로 조르는데, 여자(류현경)은 말 못할 어떤 사연(?) 때문에 한번만 다음에 하자고 한다. 코믹하면서 애처로운 이 장면은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러나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는 축 늘어진다. 이것이 단점이다. 마지막 반전을 의식한 나머지 ‘여자에게 어떤 일이 있는지’만 구구절절 설명하기 때문이다. 생략의 묘미가 아쉽다. <설렘>은 그나마 세편 중 완성도가 가장 낫다. 첫사랑의 안타까움을 표현하기 위해 말보다 표정에 공을 들이는 것은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배우들 역시 감정 표현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담백하게 연기한다. 박범훈 감독이 투자, 기획, 제작, 각본, 연출을 모두 맡은 <첫사랑 열전>은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총 4년 간 공을 들인 독립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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