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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이슈] 선생님의 취향, 알고 싶지 않아요
김소희(시민) 2010-05-03

유치원 끝나고 아이 친구 하나가 제 엄마에게 “오늘 애각조회했다”고 했다. 옆에 있던 다른 아이는 (귀에 들린 대로) “매국조회”라고 말했다. 내 아이는 “간식 먹고 밥 먹었다”고 했다(음, 유치원에서 뭐했냐고 물으면 늘 돌아오는 답). 강당에서 뭐 했냐고 다시 물으니 “줄 섰다”고 했다.

공교육 기관에 아이를 보내며 신념을 따르는 학부모들과 심지어 그 기관에 근무하며 (신념을 따르는 것은 물론 밥벌이를 하면서도) 무슨 바이러스 감염자인 양 명단 공개를 당하는 교사들을 진정 존경하게 되는 나날이다. 교육에는 대안이 있지만 생계에는 대안이 없잖아. 교사들 과외 업무 중 상당수는 교육청 보고용인 것들이 많다. 하다못해 학부모 행사조차 참석 인원을 보고해야 한단다. 지금이 어느 시댄데 애국조회냐, 라는 항의는 못해도 불편한 심정이나마 드러내는 게 내 소신(및 성질)과 맞으나, 유별난 엄마라는 낙인이 조심스럽고 두렵다(유치원도 이럴진데 학교는…. 잔뜩 찌푸린 채 튀지 않으려 애쓰는 내 모습이 벌써 그려진다).

교사들의 단체 활동을 궁금해하는 학부모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교사와 마주 대할 때 노선을 정하고 싶어서? 교사와 학부모가 결사하거나 경쟁할 관계인가. 이건 교사의 잠자리 취향만큼이나 알 필요없는 개인정보다. 사상이나 신념이 어찌 잠자리 취향과 같냐고?(흠, 차라리 잠자리 취향이 더 중요한 정보일 수도 있겠다) 이건 내 주장이 아니다. 많은 유럽 나라들은 물론, 국회에 계류 중인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무려(!) 한나라당 발의안과 정부 안에도 노동조합 가입·탈퇴 관련 정보를 ‘사상, 신념, 정당 가입과 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에 관한 정보’ 등과 함께 ‘민감정보’로 정하고 있다. 공개될 경우 개인의 기본권을 크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데다 이에 대한 수집조차 법으로 금하는 정보 말이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법원의 공개금지 결정을 무시하고 자기 홈페이지에 교원단체·노조 가입 교사들의 실명과 소속 학교를 올린 것은 공개 자체도 그렇지만 노골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위법 행위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이던데, 누굴 바보로 아나. 그게 어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활동인가. 교과위에 밥줄 댄 (반전교조) 세력과 그들의 ‘스폰’을 받는 본인을 위한 활동이지. 하여간 참교육 못 받으면 사람 노릇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