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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명단에 오를만한 작품이다"
김도훈 2010-05-22

제63회 칸영화제, <시> 프랑스 현지 반응

<>는 이창동 감독의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주제적으로 완결된 영화다". 제63회 칸영화제의 공식 경쟁작인 이창동의 <>에 대한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평가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5월19일 수요일 아침 8시 30분에 공식 기사 시사를 가진 <>가 현지 언론들로부터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수상작 명단에 오를만한 작품"이라고 상찬을 보낸 <텔레라마>는 "점진적으로 펼쳐지는 서사적 완성도가 훌륭한 작품이다. 이야기의 가닥이 차츰 차츰 엮어지다가 전체적 그림은 영화의 결말에 도달하여 완전한 형태를 취하게 된다"고 썼다. <까이에 뒤 시네마>의 평론가 뱅상 말로사 역시 <크로니카>에 기고한 글에서 <>의 서사적 완결성을 칭찬했다. "서사가 저절로 부풀어 오르면서 이야기의 모든 요소들을 무차별적으로 쌓아올리는 것 같아보이나, 이렇게 냉담한 서사의 축적 뒤에는 엄청나게 강력한 효과를 갖는 검은 불꽃이 지펴진다"고 말했다.

주연 배우 윤정희에 대한 칭찬도 꽤 눈에 띈다. <르 몽드>는 "줄리엣 비노슈와 레슬리 맨빌 다음으로, 윤정희는 우리가 여우주연상감으로 가장 지지하는 배우"라고 썼다. <르 피가로>는 "거의 무중력 상태에 있는 듯한, 미묘한 뉘앙스와 감수성으로 가득찬 윤정희의 연기는 여우주연상을 받을 만하다"고 평가하며 "이창동 감독은 여배우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감독이기도 하다"고 했다. 윤정희와 함께 현재 가장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오리지널 카피>에 출연한 줄리엣 비노슈와 마이크 리의 <어나더 이어>에서 호연을 펼친 영국의 신인 여배우 레슬리 맨빌이다.

현재 이창동의 <>는 전세계 평론가들의 별점을 집계하는 <스크린 인터내셔널> 데일리지의 별점평가란에서 2.7점의 높은 점수를 받으며 21일 현재 경쟁작 중 마이크 리의 <어나더 이어>와 자비에 보브와의 <인간과 신들>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순위를 점유하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의 별점을 집계하는 <필름 프랑세즈>에서도 <>는 별점 1점을 안긴 <까이에 뒤 시네마>를 제외하고는 좋은 점수를 획득했다. 제63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수상작은 현지시간으로 5월23일 일요일 오후에 발표될 예정이다.

"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좋은 것 같다"

이창동 감독 공식 기자회견

-이 영화의 성공적인 부분은 미쟝센 내부에서 시란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준데 있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이 작품 제작 초기부터 기획되어 있던 것인지, 아니면 촬영 중 혹은 편집 중에 이런 복잡한 기획을 실현시킨 것인지. 혹시 제인 캠피온의 <브라이트 스타>를 염두에 두셨는가. =이창동/ 문학의 한 장르로서 시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면 예술, 또는 제가 하고 있는 영화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또 더 나아가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그 어떤 것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어떻게 영화로 드러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시라는 것이 꽃처럼 그저 눈에 드러나 보이는 아름다움, 눈으로 볼 때 그냥 아름다운 것만 시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우리의 삶 그 자체, 어쩌면 아름다워 보이지 않고 추하고 더러워 보이는 것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것을 어떻게 영화에 드러내는가를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만 했다.

-영화 속 사건은 현재 한국에서 실재로 벌어지는 일인가. =이창동/ 영화에서 보여지는 사건은 뭐 꼭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사건은 아닐 것이다.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드물게 일어나기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일상에 숨어있는 도덕성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그런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술집에서 한 인물이 부르는 독일어로 된 노래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 이 노래는 독일어로된 가장 아름다운 노래이기도 한데, 대체 어떻게 발견했고 왜 영화에 넣었는지 알고 싶다. =이창동/ 슈베르트의 <보리수>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노래다. 남자가 시인들을 환영하는 뜻에서 그 노래를 부르는데, 독일어를 하시는 분이 들으면 약간 가사가 틀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거다. 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그 정도의 멋을 부린다고 할까. 어떻게 보면 약간 허영기가 있고 위선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그들 나름대로 순수한 마음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작품과 <밀양>을 비교해주셨으면 한다. 두 영화 모두 아이의 죽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밀양>에서는 남자아이가 죽고, 여기서는 영화 초반 여자 아이가 죽는다. =이창동/ <밀양>에서는 남자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고통을 다루었다. <밀양>이 피해자에 관한 이야기라면, 굳이 구분하자면, 저는 구분하기는 싫다만, 이 영화는 가해자쪽에 있는 사람의 고통을 다룬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가해자를 손자로 둔 할머니의 고통이랄까 마음의 죄의식이랄까. 그런 것과 시를 쓰기위해서 찾아야 하는 세상의 아름다움과의 긴장, 갈등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여자주인공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셨는가. 왜 이런 질문을 하냐면, 마치 선택하신 배우를 위해 존재하는 것 처럼 훌륭한 연기였기 때문이다. =이창동/ 여자 주인공을 생각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윤정희씨를 떠올렸다. 윤정희씨는 과거에는 한국 영화의 전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분이고, 어릴 때 부터 하늘의 별 처럼 우러러 보던 배우였지만, 10여년 넘게 활동을 하지 않은 분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자연스럽게 윤정희 선생을 떠올렸다. 왠지 시나리오의 주인공과 윤정희 본인의 외면이나 내면이 굉장히 닮아있을 것 같은 예감을 했다.

-윤정희씨는 영화에서 은퇴하신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당신은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공주가 된 후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시나리오 제안을 받으셨고, 거절하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왜 <>로 복귀하게 된건가. =윤정희/ 나는 영화를 절대 떠난 적이 없으며, 영화는 내 인생이다. 여러 시나리오를 받아보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창동 감독이 "제가 지금 당신을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이창동 감독이 시나리오를 보냈다. 읽어보니 너무 너무 좋은 거다. 아직도 계속 영화를 하고 싶고, 절대 영화를 떠난 적이 없다. 계속 하고 싶다. 90살까지.

-보도 자료에서 보면 당신은 "시는 위협을 받고 있다. 마치 영화가 그런 것 처럼"이라고 썼다. 한국 영화든 영화 일반이든, 무엇이 영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창동/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영화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모든 영화가 죽어가지는 않을거다. 다만 어떤 영화는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심사위원으로 이자리에 오셨었고, 금년에는 경쟁작을 가지고 오셨다. 작년과 금년의 마음 상태를 비교해주실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것이 더 좋은가? =이창동/ 둘 다 그렇게 썩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심사위원으로 온 것은 남의 영화를 평가하고 점수를 메겨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웠고, 영화를 즐기고 싶었지만 종종 즐길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썩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심사위원으로 온 것 보다는 제 영화를 직접 가지고 와서 관객들과 만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어쨌든 경쟁이기 때문에 결과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즐기기만 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좋은 것 같다.

칸=김도훈, 취재지원 유동석(파리 한불영화제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