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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커밍아웃안했으면 지금 세상에 없었을것"
2010-05-24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게이 친구들과 같이 봤는데 다들 울었어요. 김수현 작가님께 너무 감사드려요."

SBS TV '인생은 아름다워'가 23일 방송에서 주인공의 커밍아웃을 그린 것에 대해 배우 홍석천(39)은 마음 깊이 감동을 받은 듯했다.

방송 직후 전화통화에서 그는 "이런 이야기를 진작 누군가 해줬어야 했다"며 "지상파 TV에서 이런 소재가 다뤄진다는 것이 너무나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동성애자들은 고통에 몸부림치지만 그것을 이겨내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그들의 주변이나 부모님의 고통은 지금껏 아무도 안 했다(안 다뤘다)"며 "그런데 '인생은 아름다워'가 동성애자 부모와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감동적이다"고 밝혔다.

◇"내 자식만 아니면 된다지만 사실은 내 자식일 수 있어" = '인생은 아름다워'는 젊고 핸섬한 의사 태섭(송창의 분)과 역시나 매력적인 사진작가 경수(이상우)의 동성애를 정면으로 그리는 동시에 양쪽 집안의 상반된 반응을 포착하고 있다.

결혼 적령기의 '1등 신랑감'이 백 여자 마다하는 이유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이었고 결혼해 딸까지 둔 경수가 난데없이 이혼한 것 역시 같은 이유이라는 사실은 양 집안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홍석천은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은 끝까지 성 정체성을 숨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 30대가 넘어서고 결혼적령기가 되면서 결혼하라는 시선에 커밍아웃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죽고 싶을 만큼 너무 힘들어서 누군가에게 '나 살려주세요'라고 손을 뻗치게 되는데 그게 처음에는 친구였다가 마지막에는 부모님이 됩니다. 결국 자식의 성 정체성을 부모는 제일 마지막에 알게 되는 셈이죠. 그래서 부모님이 불쌍하죠. 제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도 우리 부모님은 '다 이해하겠는데 왜 너냐?'라고 물으셨어요. 아무것도 이해 못 하셨다는 거죠. 부모님은 다 똑같아요. 다른 사람 자식이 동성애자인 것은 상관없고 내 자식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내 자식일 수 있거든요."

◇"'커밍아웃' 10주년..과거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 = 2000년 국내 연예인 최초로 커밍아웃을 한 홍석천에게는 올해가 '커밍아웃 10주년'이기도 하다. 1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지상파 TV 주말극에서 동성애를 다룰 정도로 세상은 분명 변화했다.

그러나 '국내 커밍아웃 연예인 1호'인 홍석천 이후 2호, 3호 연예인은 나오지 않았고 홍석천은 세상의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차별'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10년간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눈이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저를 먼저 찾아와서 '동성애자라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상황이 많이 나아졌어요. 하지만 제 상황은 별로 변한 것이 없기도 해요. 여전히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제가 커밍아웃하면서 우리 사회에, 연예계에 동성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셈인데 그 이후에는 아무도 바통을 잇지 않는 것을 봐도 여전히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어렵습니다."

10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면 그는 또다시 커밍아웃을 할까.

"물론입니다. 당연히 해야죠. 전 부모님과 가족이 저로 인해 힘들어한 것을 빼고는 단 한 순간도 커밍아웃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커밍아웃 전보다 너무너무 행복해졌기 때문입니다. 극 중 태섭의 대사처럼 두들겨 맞는 한이 있어도 커밍아웃하는 게 제게는 살길이었어요. 만약 그때 그런 선택을 안 했다면 전 이 세상에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괴롭고 외롭고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남들의 인정을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더이상 숨어서 사랑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커밍아웃 판단은 각자의 몫" = 그는 '인생은 아름다워'의 태섭과 경수가 준수한 남자라는 사실이 또한 고맙다고 했다.

"극 중 동성애자를 연기하는 두 배우가 너무 멋져서 고마워요. 저렇게 멋지게 그려주니 편견을 불식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실제로 이 드라마로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요즘 농담삼아 주변에 '10년 전에는 내가 못생겨서 그렇게 욕했냐?'라고 말해요.(웃음)"

'인생은 아름다워'의 동성애 묘사로 SBS에는 항의전화가 이어지고 있고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불쾌감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어느 사회든 4%에서 13%까지가 동성애자라는 통계가 있는데 그건 몇 다리 건너면 그 사람들이 다 내 가족이 된다는 겁니다. 동성애자는 커밍아웃을 하기 전까지는 주변에서 알 수가 없어요. 내 자녀, 조카, 손자, 혹은 남편(아내)이 동성애자일 수도 있는데 그걸 생각하면 과연 욕을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는 동성애자에게 커밍아웃을 권할까.

"각자의 몫이죠. 갖고 있는 것을 많이 잃을 것이라는 각오를 해야합니다. 물론 그럼으로써 얻는 것도 있고요. 저희 부모님은 이제 행복해하세요. 우리는 더 가까워졌고 서로를 더 많이 걱정해줍니다."

그는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는 것은 그만큼 이 드라마를 많이 본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태섭-경수의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많은 담론을 끌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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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