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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의 시네마나우] 시클로 셔틀 타고 영화보러 가자

정도 1000년 맞은 하노이에서 개최될 베트남국제영화제

올해는 베트남 하노이의 정도(定都) 1000주년이 되는 해다(100년이 아니라 1000년). 베트남 정부와 하노이는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준비 중인데, 오는 10월17일에는 5일간 일정으로 베트남국제영화제가 그 첫막을 올린다. 하노이는 리 왕조의 시조인 리콩우언이 1010년에 하노이를 도읍으로 정한 뒤 여러 왕조를 거치면서도 수도 자리를 1000년이나 이어왔다. 바로 이곳 하노이에서 베트남의 문화체육관광부 영화국과 베트남 미디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베트남의 첫 국제영화제가 탄생한다.

영화제의 탄생은 준비과정이 꽤 길었다. 베트남에서 제작과 배급, 수출·수입에 관한 모든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회사인 베트남 미디어에서 이미 5년여 전부터 영화제의 창설을 목표로 기존 영화제에 관한 리서치를 하고 부산영화제에 인턴을 파견하기도 하였다. 애초 영화제의 개최 장소는 하노이를 포함해 호치민, 후에 등이 후보에 올랐으나, 마침 올해가 하노이 정도 1000주년이어서 양쪽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다. 이 모든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베트남 미디어의 부사장인 응오 띠 빅행이 있다. 베트남 영화산업은 아직도 여러 분야에 걸쳐 열악한데다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영화인이 드물다. 빅행은 한국의 TV드라마와 영화를 베트남에 수입해 한류 붐을 일으킨 당사자이며, 베트남 미디어는 베트남영화를 해외에 수출하는 거의 유일한 회사이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연간 10편 정도의 장편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중 5편 정도가 구정 시즌에 개봉되며, 티켓 집계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아 시장점유율이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지만 대략 5% 미만의 자국영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 몇몇 젊은 감독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베트남영화의 미래에 희망을 던져주고 있는데,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초청작인 <표류>(탁 추엔 부이)와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 초청작인 <비, 두려워 마>(판당디), 얼마 전 국내 개봉한 루인 후의 <하얀 아오자이> 등이 모두 베트남 미디어를 거쳐간 작품이다. 특히, 탁 추엔 부이와 판당디, 그리고 현재 신작 <떠도는 삶>(베트남 미디어 배급)을 만들고 있는 응유엔 판 쿠앙 빈 트리오는 조만간 세계무대에서 베트남영화의 존재를 분명하게 부각시킬 것이다. 이처럼 베트남 미디어는 베트남 영화산업뿐 아니라 새로운 베트남영화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중심에 빅행이 있다. 빅행은 영화제를 창설하면서 영화국의 라이 반 신 국장을 집행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라이 반 신은 모든 베트남 영화인의 존경을 받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국내에서도 그의 다큐멘터리가 몇몇 영화제에 소개됐다. 관료이지만, 그 이전에 감독인 라이 반 신은 정부 관료와 베트남영화제 사이의 가교역할을 잘해낼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국제영화제는 동남아영화에 포커스를 맞추는 방콕, 싱가포르, 자카르타 영화제들과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영화제가 현재 모두 재정과 운영상 문제가 있어 베트남국제영화제의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하노이는 도심 한복판에 호수가 있는 호수의 도시다. 하노이의 랜드마크인 오페라하우스에 영화제 본부를 두고, 극장과 호텔 사이에는 시클로를 셔틀로 운영할 계획이다. 빅행의 계획대로라면 베트남국제영화제는 베트남 영화산업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터이지만, 해외 참가자에게는 낭만이 넘쳐 흐르는 사랑스러운 영화제를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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