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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 트위터로 말 거세요
장영엽 2010-06-09

미디어극장 아이공 개관 4주년 기념 영화제 오노 요코전 6월30일까지

‘나는 자몽이다. 나는 일본 여자이기도 하고, 한국 여자이기도 하며, 뉴욕 여자이자 영국 여자다.’

오노 요코는 자기 자신을 자몽이라 부른다. 자몽이란 과일의 잡종성에 자신을 빗댄 것이다. 오노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가정 형편이 유복했던 이유로 미국을 종종 방문했고, 대학 또한 미국에서 나왔다. 이후 영국 남자 존 레넌을 만나 사랑에 빠지며 자연스럽게 영국 문화를 받아들였다. 이처럼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삶 속에서 체험해온 오노는 예술 작업의 경계 또한 거부한다. 미디어극장 아이공은 개관 4주년을 기념해 오노 요코가 연출한 영화 11편을 상영한다. 그동안 아이공은 대안 영상을 상영하며 관련 아티스트들과의 퍼포먼스와 공연도 함께 기획해왔다. 자몽 같은 삶의 양식을 표방하며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해온 오노의 작품과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오노 요코가 처음으로 영상 작업에 관심을 기울인 건 1965년이다. 당시 서른두살이던 오노는 관객이 요구할 때까지 자신의 옷을 잘라내는 <컷 피스>라는 퍼포먼스를 공연했다. 엄밀히 말해 그녀의 첫 영화는 이 퍼포먼스 과정을 담은 <컷 피스>의 기록 영상이다. 1966년부터 본격적인 영상 작업에 들어간 오노는 그해 1년 동안 눈을 깜박이는 순간을 슬로 모션으로 잡아낸 <눈 깜박임>, 열두명의 엉덩이를 클로즈업한 < 4 fluxfilm No.16 Four >, 여성의 몸을 훑는 미디어의 시선을 조롱한 <파리> 등 네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하며 활발한 활동에 나섰다. 그녀의 초기 작품에서는 특히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에 대한 저항이 강하게 느껴진다. 존 레넌과 함께 야심차게 만든, 카메라에 집요하게 쫓기는 어린 여배우를 담은 중편 <폭행>(1969) 또한 이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부터 오노의 작품은 조금 더 부드러운 기류를 띠기 시작한다. 연인이자 든든한 예술적 동지였던 존 레넌과의 작업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포옹과 키스 장면을 담은 <두 동정녀>와 열기구를 탄 그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절정> 등에서 안온하고 굳건한 관계를 유지했던 레넌과의 사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후 이들의 작업은 사랑과 함께 평화에 방점을 찍게 된다. 검은 파마머리를 풀어헤친 요코 오노와 그녀 곁을 떠날 줄 모르는 존 레넌이 침대 위에서 벌인 그 유명한 비폭력 평화시위 ‘베드인’도 그 일환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연인 사이의 교감과 그들의 침대를 방문한 유명 인사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존과 요코, 평화에 노래를>(2006)을 국내 최초로 상영한다. 보다 공적인 오노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유명 MC 딕 카벳과의 토크쇼를 기록한 <딕 카벳 쇼의 존 레넌과 오노 요코>(1975)를 보면 된다.

한편 아이공은 <오노 요코전>과 함께 특별 프로그램으로 오노의 전시와 한국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준비했다. 전시에서는 오노가 직접 작업한 앨범의 표지 재킷과 그녀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오노 요코 따라잡기 워크숍’에서는 국내의 퍼포먼스·미디어 작가 김현주와 미디어 작가 곽은숙이 진행을 맡는다. 인디 뮤지션 시와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레드걸과 함께하는 ‘멀티 아티스트 파티’ 또한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한 가지 있다. 오노의 영화나 음악을 들었다면, 반드시 오노 요코의 트위터(twitter.com/Yokoono)에 감상을 남겨볼 것. 모든 종류의 경계와 배타심을 거부하는 그녀는 답변도 잘해준다. <오노 요코전>의 자세한 상영정보는 아이공의 홈페이지(http://www.igong.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