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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딕] 소년의 미소를 가진 범생 기타의 신

<제프 벡 로니 스콧 라이브>의 제프 벡에 대해 알아봅시다

Q: 도대체 어떻게 연주하면 ‘기타의 신’이라 불리나요? A: 사실 ‘기타의 신’은 의미 불명의 마케팅 용어입니다(그래서 굉장히 많습니다). 세계 3대 기타리스트란 말도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관습적으로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대략 세명이 있습니다. 에릭 클랩턴, 제프 벡, 그리고 지미 페이지인데요, 이 셋은 모두 1963년에 결성해 5년간 활동한 야드버즈라는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첫 번째가 에릭 클랩턴이었고 두 번째가 제프 벡, 그리고 마지막까지 밴드를 지킨 게 지미 페이지였죠(제프 벡과 지미 페이지는 몇달 정도 함께 활동했습니다). 야드버즈는 라이브에 강한 밴드였는데(데뷔 앨범조차 라이브 앨범이었으니 말 다 했죠), 특히 제프 벡과 지미 페이지가 활동하던 때가 전성기였습니다. 제프 벡의 기타 연주를 대단하다고 평가하는 근거는 그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신선한 감각을 즉흥적으로 구사하기 때문입니다. 디스토션과 피드백, 토크박스 등을 활용한 노이즈 사운드를 대중화시키면서도 정작 자신은 기본적인 장비로만 녹음하는 고집쟁이기도 합니다. 출중한 테크닉을 과시하기보다 특유의 감수성을 위해 사용한다는 평을 받습니다. 기타 줄을 튕기는 그 몇 만분의 1초의 간극이 음악 팬에게 감동을 준다는 사실이야말로 제프 벡의 고유한 음악세계일 것입니다.

Q: 록 스타는 모두 망나니 기질이 있는 것 같던데 제프 벡 할아버지도 젊었을 때 사고뭉치였나요? A: 젊은 시절의 제프 벡은 에릭 클랩턴이나 지미 페이지처럼 화려한 전성기를 가지진 못했습니다. 에릭 클랩턴이 크림과 블루스 브레이커스 등을 거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지미 페이지가 레드 제플린을 통해 록의 역사에 한획을 긋는 동안 제프 벡은 프로젝트인 제프 백 그룹(로드 스튜어트와 로니 우드가 있었죠)과 솔로 활동에 매진하며 블루스와 재즈를 결합한 록 음악에 심취했습니다. 대충 짐작할 수 있듯이 60년대와 70년대 당시 가장 상업적이던 록 음악 시장으로부터 한발 비껴나 음악만 파고드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제프 벡의 젊은 시절 에피소드가 별로 없는데요, 그나마 알려진 게 채식주의자라는 사실과 클래식한 포드 로드스터의 수집가라는 정도입니다. 60대 할아버지임에도 소년처럼 해맑게 웃는 얼굴을 좀 보세요, 범생으로 살다가 범생으로 늙은 분이십니다.

Q: 반드시 들어야 할 제프 벡의 명반은 무엇인가요? A: 일단 제프 벡의 진가는 솔로 연주에 있다는 걸 염두에 두세요. 야드버즈나 제프 벡 그룹의 앨범들도 훌륭하지만 1970년대 중반 이후에 발표한 앨범들이 특히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그중 재즈와 록, 블루스를 뒤섞은 사운드를 선보인 1975년의 솔로 앨범 <Blow By Blow>는 반드시 들어야 할 제프 벡의 대표작입니다. 보컬 따위 등장하지 않는 연주 앨범으로 비틀스의 프로듀서였던 조지 마틴이 프로듀싱한 앨범이기도 합니다. 1985년과 1989년에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록 연주 앨범 부문’을 수상한 <<Flash>>와 <<Jeff Beck's Guitar Shop>> 역시 추천합니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1992년 이후의 앨범들도 마찬가지.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1999년작 <<Who Else!>>와 2003년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록 연주 앨범 부문’을 또(!) 수상한 <<Jeff>>를 비롯해 2008년에 발표해 큰 성공과 함께 또(!!) 그래미를 수상한 <<Live at Ronnie Scott’s>> 역시 들어야 할 앨범이겠죠. 최근작 <<Emotion & Commotion>>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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